무희가 아닌 검무 전승자로서 궁궐 기생의 삶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7.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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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진주 최고의 예인." "칼춤으로 고종 앞에 선 열세 살 소녀." 궁중의 검무를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로 전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최순이를 일컫는 말이다.

'궁으로 간 최순이'는 조선 시대에 태어나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현대를 거치며 관기의 삶을 살았던 최순이에 대한 대서사이며 '헌사'이다.

진주검무 이수자인 저자 양지선은 최순이에 대한 자료와 궁중 교방 문화에 대한 방대한 학식으로 최순이의 인생을 복원해 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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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으로 간 최순이 - 양지선 지음/지앤유/1만8000원

- 고종 앞에서 춤 추던 관기 최순이
- 궁중서 배운 춤 고향 진주에 전수
- 훗날 진주검무 교방문화 꽃 피워
- 조선 기생 재조명으로 편견 타파

“조선 시대 진주 최고의 예인.” “칼춤으로 고종 앞에 선 열세 살 소녀.” 궁중의 검무를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로 전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최순이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 시대 관기는 높은 수준의 가무를 익혔던 전문 예술인이었다. 지앤유 제공


‘궁으로 간 최순이’는 조선 시대에 태어나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현대를 거치며 관기의 삶을 살았던 최순이에 대한 대서사이며 ‘헌사’이다. 저자 양지선은 최순이의 춤과 삶을 세상에 알리면서 또한 조선 시대 전문 예술인이던 기생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양지선은 성계옥 선생에게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진주검무’를 처음 배웠고, 정금순 선생에게서 경남무형문화재 ‘진주포구락무’를 배웠다. 몸으로 익힌 춤에 학문적 지식을 더하고자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생과 한국의 교방문화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자주적이며 예술에 헌신적이었던 조선의 ‘관기’. 높은 수준의 가무를 익힌 전문가로서, 최순이의 인생을 다시 정의한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처음 만나는 최순이는 아름답고 재능 많은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최순이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칼춤 노래 악기 등 다방면에 훌륭한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열세 살이 되던 해, 선상기로 발탁되어 홀로 한양으로 떠난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전국 대표로 캐스팅이 된 것이다. 그녀는 궁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사가에 살며 궁궐에서 내주는 말을 타고 출퇴근했으며 녹봉을 받았다. 춤과 노래 악기 연주를 연마하며 하루하루를 전문 예술인이 되기 위해 살아갔다.”

저자는 최순이가 살았던 시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마음으로 자료를 찾았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여러 자료 속에 흩어지고 감추어져 있던 최순이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났다.

책의 전반부는 최순이의 궁중 생활기다. 일제강점기 더는 궁중 연회가 열리지 않자 최순이가 낙향해 진주 권번의 스승이 되기까지 순서대로 서술한다. 조선 말과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궁중 연향(연회) 모습도 묘사했다. 조선 왕실 연향의 격식과 예에 맞춘 초호화 궁중음식 코스, 화려한 꽃장식 등 사료를 찾아 생생하게 그렸다. ‘의궤’와 진찬도병(그림) 등 기록을 고증해 궁중의 무희들이 어떤 종류의 춤을 추었고, 몇 명이 추었는지, 어떤 복식을 했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최순이 이야기이면서 조선의 여성 예술인 활동사이다.

후반부는 최순이가 진주로 온 뒤의 삶을 다루었다. 최순이는 진주의 기생조합에서 궁중에서 배운 춤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최순이가 스승의 길을 걸으면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훗날, 이 결정은 진주검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교방문화라는 꽃을 피워 내는 데 씨앗이 된다.

진주검무 이수자인 저자 양지선은 최순이에 대한 자료와 궁중 교방 문화에 대한 방대한 학식으로 최순이의 인생을 복원해 내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최순이가 직접 가르쳤던 권번 제자들과 김천흥이라는 빼어난 궁중 악사가 최순이가 진주검무를 전승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해준다.


저자는 관기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조선의 연향 문화를 습득한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조선의 체계적인 학습 시스템을 통해 궁중 연향에서 행해지는 모든 퍼포먼스를 익혔으며, 가·무·악과 시·서·화, 예절 교육을 받았다. 혹독하고도 힘든 과정이었으나, 그 과정이 아름답고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냈다. 궁중의 춤이 후대에 널리 전승되기를 간절하게 원하며 평생 제자를 가르친 최순이의 삶이 뜨겁고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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