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대역전승… 물금고, 1대11에서 뒤집었다
경기상고·충암고·장충고 등 8강
“정신 차려라. 이런 경기 보려고 부모님들이 양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셨나? 할 수 있다! 1점씩 따라가 보자.” 2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경남 양산 물금고와 마산고 경기. 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16강전이었다. 마산고가 3회초 11-1로 앞서가자 물금고 주장 공민서(3학년)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선수들 눈에 힘이 다 빠져있었다. 질 때 지더라도 이렇게 짐 싸면 억울해서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주장의 마음이 닿았을까. 물금고는 영화 같은 대역전극으로 14대12 승리하며 창단 첫 청룡기 8강에 올랐다.
◇물금고 14-12 마산고
2015년 창단한 신생팀과 81년 역사 명문 간 맞대결. 마산고는 우승 후보 1순위 덕수고와 황금사자기 우승팀 부산고를 연달아 꺾어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마산고가 3회초 물금고 마운드를 폭격해 11점을 뽑았을 때만 해도 경기가 뒤집힐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반전은 물금고가 1-11로 뒤지던 4회말 시작됐다. 무사 만루에서 물금고 공민서의 적시타와 몸에 맞는 볼 2개, 희생플라이로 4점을 내더니 김우성(2학년)이 3점짜리 대포를 쏘며 순식간에 8-11, 3점 차로 따라붙었다. 마산고가 5회초 1점 달아났지만, 물금고의 추격은 멈추지 않았다.
5회말 상대 실책과 폭투, 김우성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2사 1·3루, 이승주(2학년)의 적시타로 물금고가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물금고는 8회말 1점을 더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물금고는 지난해 처음 프로 선수(삼성 김영웅)를 배출한 신생팀. 그러나 올해 주말리그 전반기 경상A권역에서 6전 전승으로 1위에 오를 정도의 저력도 있다. 마산고 출신이기도 한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심판들도 5회 콜드게임(10점 차)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해봐야 안다’ ‘포기하면 안 된다’고 서로 격려한 끈끈함이 역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장충고 4-2 유신고
2020년 대회 우승팀 장충고가 작년 우승팀 유신고 추격을 뿌리치고 8강에 안착했다. 4-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던 9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유신고 장현민(2학년)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장충고 중견수 김민찬(3학년)이 잡으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경기상고 7-5 포항제철고
경기상고는 6-3으로 앞서던 9회초 팀의 안방 마님이자 4번 타자 한지윤(2학년)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지윤은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충암고 5-3 제물포고
3년 연속 결승 진출을 노리는 충암고. 3-3으로 맞서던 4회말 안타와 조현민(3학년)의 몸에 맞는 공으로 얻은 2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충암고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박건우(2학년)는 4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따냈다.
◇대구상원고 11-1 화순고(5회 콜드)
상원고가 4-1로 앞서던 3회말에 6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상대 폭투 3개와 박현승(2학년)의 2타점 2루타, 여동욱(2학년)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10-1을 만들었다.
◇경북고 10-0 경기고(6회 콜드)
1회전을 부전승으로 건너뛰어 대회 첫 경기에 나선 경북고가 경기고를 장단 11안타로 두들겼다. 1학년으로는 드물게 전국대회 선발로 나선 이중석이 4와 3분의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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