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데이터 축구’에 선택받은 조규성·김지수
올여름 두 한국 축구 선수가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중앙수비수 김지수(19)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FC,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25)은 덴마크 수페르리가 FC미트윌란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같은 구단주를 두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 사업가인 매슈 밴엄(55)은 두 구단을 함께 운영하며 유럽 축구계 고정관념을 깨가고 있다.
밴엄은 2010년 잉글랜드 3부 리그 팀이었던 브렌트퍼드를 인수해 2021-2022시즌 팀을 73년 만에 EPL(1부)로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도 EPL 9위라는 중상위권 성적. 2012년 사들인 미트윌란 역시 그 후 3차례 리그 우승을 거두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밴엄은 브렌트퍼드 유소년 팀을 없앴다. 거의 모든 축구 팀이 유소년을 13세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성인 팀에 합류시킨다. 하지만 밴엄은 “자본력이 부족한 우리에게 유소년 팀 운영은 사치”라고 했다. 대신 친선경기와 훈련만 하는 비공식 2군 브렌트퍼드 B를 만들었다. 명문팀을 포함한 전 세계 17~20세 선수를 영입해 키워낸다. 남들이 지나친 보석을 골라내겠다는 취지다. 19세 김지수 역시 브렌트퍼드 B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망주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밴엄은 이름값이 아닌 객관적인 숫자로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xG(Expected Goals·기대 득점)’다. 공을 받은 위치, 골대 각도 등을 환산해 슈팅의 기대 득점 값을 수치화한 기록이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북아메리카 선수들도 영입 대상이다. 이번에 미트윌란에 합류한 조규성의 지난 시즌 소속팀 xG 대비 골(1이 넘으면 기대 이상)은 1.1로, K리그 1위였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가 지난 시즌 1.04였다.
그와 협업하는 라스무스 안케르센(50·덴마크) 전 브렌트퍼드 사장은 밴엄의 구단 운영을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과 같은 무기를 사용했다면 분명 졌을 겁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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