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소방관들 끼니를 책임진 청년 外
# 소방관들 끼니를 책임진 청년
-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강제규 에세이/책나물/1만3000원
야간자율학습 대신 가족의 저녁밥을 차리던 소년 강제규는 소방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119안전센터 보조 인력으로 일하는 동안에 식당 이모님이 자리를 비울 때 소방관들을 위해 밥을 차렸다. 소방서에는 점심시간이 없다. 정해둔 시간이 없기도 하고, 언제 출동 지령이 떨어질지 모른다.
제때 밥을 먹지 못한 소방관들을 위해, 단 한 명분 음식이라도 데워서 내놓은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모든 소방관이 무사히 돌아와 따뜻한 음식을 드시기를, 식비 예산이 올라서 밥도 반찬도 더 푸짐하게 드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 SNS 푹 빠진 이에 따끔한 경고
- 내 얼굴 찍지 마/장수민 동화집/푸른책들/1만3500원
동네 학원에서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장수민 작가가 아이들을 응원하며 쓴 7편의 동화. 우정 가족 학교생활 SNS 진로 탐색 짝사랑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표제작 ‘내 얼굴 찍지 마’는 아이들이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 서윤이는 마트에서 자기를 알아보는 모르는 아줌마를 만났다. 파자마 파티에 가는 것도 알고 있어 놀랐다. 친구 집에 가니 친구 엄마는 새로 산 잠옷까지 알고 있다. 엄마가 SNS에 서윤이 사진과 사연을 올려서다. 스마트폰과 SNS에 빠진 이들에게 전하는 따끔한 메시지가 담겼다.
# 제인 구달이 말하는 희망이란
- 희망의 책/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변용란 옮김·사이언스북스/1만8000원
1986년, 의학 연구소의 침팬지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선 제인 구달은 이후 자연을 연구하며 배운 희망 이야기를 끊임없이 세상과 나누어왔다. 이 책은 사색과 야생의 생동감으로 가득한 제인 구달의 최신 인터뷰집이다. 그는 수천 명이 실천하는 윤리적 행동과 노력이 쌓이면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희망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답한다. “희망은 우리가 역경에 맞서 계속 나아가게 해 주는 힘입니다. 살아남은 것들의 특징이고 생존의 본질이에요.”
# 숲속·바다 … 여름 담은 그림책
- 여름빛/문지나 그림책/사계절/1만6000원
여름 감각으로 가득 채운 그림책. 작가 문지나는 여름이 되면 가족과 바닷가에서 놀았던 추억을 떠올린다. 수많은 여름이 남기고 간 빛들을 모아서 이 책을 만들었다. 빨간 새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매미들이 노래하는 아침에 여름휴가를 떠난다. 잘 익은 수박을 가득 실은 채 빨갛게 달아오른 트럭,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록빛 숲속, 검은 어둠이 내려앉은 한밤의 고속도로,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해의 노란 빛줄기, 파란 바다와 모래사장에 닿는 물결의 일렁임이 펼쳐진다. 빨강 초록 노랑 검정 파랑에 담은 여름의 빛이다.
# 베트남계 미국인이 본 식민주의
- 헌신자/비엣 타인 응우옌 장편소설/김희용 옮김/민음사/1만8000원
첫 소설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던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후속작을 발표했다. ‘동조자’는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냉전 시대 이념과 갈등 상황을 그렸다. ‘헌신자’는 100년 가까이 베트남을 식민 통치한 프랑스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식민주의의 그늘과 현재를 담았다. 작가는 식민주의든,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모든 이념이 지닌 해악을 냉철한 눈으로 바라본다. 평생 베트남계 미국인의 역사를 탐구해 온 작가의 축적된 결산이다.
# 우리 강아지 감정 알고 싶다면
- 연애보다 강아지/리즈 마빈 글/옐레나 브리크센코바 그림/김미나 옮김/특별한서재/1만5000원
꼬리를 치며 반겨주다가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반려견. 이 사랑스러운 변덕쟁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개가 옆으로 누워 자고 있다는 건 최고의 수면 자세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경계를 하거나 주인을 보호해야 할 일이 없다고 믿는 상태이다. 개의 세상에서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는, 마음 놓고 푹 자는 행복이랄까. 개의 수면 자세, 눈빛, 꼬리의 움직임, 귀의 위치 등 아주 작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는 개들의 언어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연애보다 고양이’ 책도 있다.
# 팬데믹이 들춘 한국사회 불평등
-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김승섭 외 지음/동아시아/2만원
코로나19 초기에 지자체에서 마스크를 나누어 준 사례가 많다. 그때 일어난 일이다. 마스크 한 사람 몫이 모자라 구청에 문의했던 한 가정에서는 “며느리가 외국인이라 빠졌다”는 답을 들었다. 영주권을 취득한 태국 국적 며느리였다. 이 책을 기획한 김승섭 저자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집중하여 ‘성공적인 방역’이라고만 기억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한국사회 불평등과 차별의 구조를 짚고, K-방역의 울타리에 들어가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의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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