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동해안 어종 변화가 주는 시사점
지난 주말 강릉 경포대 해안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난류성 어종 멸치가 백사장으로 밀려나와 팔딱팔딱 뛰고 있는 광경이 목격됐다.
일부 어른들은 해안가로 밀려나온 멸치가 너무 많아 비밀봉지에 주워 담기 바빴다. 아이들은 해변으로 밀려나온 멸치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바구니에 담아 다시 바다로 돌려주는 일을 반복했다.
살면서 하얀 백사장에서 멸치가 나뒹구는 모습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해안가 피서객의 안전을 지키는 수상안전요원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뉴스를 검색해 보니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릉지역을 시작으로 양양과 속초 등지에서 멸치 떼가 해변으로 밀려나오는 현상이 수년 전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고등어와 같은 상위 포식자들에게 쫓겨 해변으로 몰렸거나 난류성인 멸치가 동해안 냉수대를 만났을 경우 급격한 수온 변화로 활동이 위축된 상태에서 바람 등의 영향으로 해변에 밀려왔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 동해안 주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남해안 주 어종인 방어가 오히려 많이 잡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후위기가 한반도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3천528t 잡히는 데 그쳐 전년의 6천35t, 3년 평균 6천328t보다 42%, 44% 각각 감소했다. 방어는 2021년 3천404t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6천137t, 3년 평균 3천197t이 잡혀 80%, 92% 각각 증가했다.
방어는 2021년 오징어와 가자미(4천16t), 임연수어(3천885t)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잡혔으나 지난해에는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 어종이 됐다. 반면 2021년 가장 많이 잡혔던 오징어는 지난해에는 방어와 붉은대게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오징어 어획 부진은 동해 수온 상승과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해수 온도의 변화로 인해 오징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방어는 수온 상승으로 강원도 앞바다가 방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면서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은 늘고 한류성 어종은 줄어들고 있다.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맹독성 ‘파란선 문어’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으며 성게의 서식지가 동해까지 확대되면서 ‘바다 사막화’도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됐다고 한다.
기상청은 현재 14도 수준인 동해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가 2040년 이후에는 1.5~2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기후위기는 해양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경포대 백사장에서 꿈틀거리는 멸치와 동해안 횟집 물회 속에 오징어를 대신해 들어있는 방어의 모습을 보고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의 기우일지 독자들에게 반문해본다.
최원재 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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