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 직장 의무화도 필요하다

경기일보 2023. 7.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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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통계청의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이다. OECD 평균 자살률(11.1명) 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청소년(10~24세)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다. 10~20대의 자살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지난달 21일 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자살예방교육 의무화는 학교와 함께 국가기관, 공공기관에서도 실시된다. 기업은 의무교육 대상에서 빠졌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1년 우리나라 근로자 자살위험도 평가’를 보면, 근로자의 사망 외부원인 중 자살이 55.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직장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인 직장에서 보낸다. 집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직장 동료에게도 말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로 이어진다. 주요 원인은 직장 내 폭력, 괴롭힘, 감정노동 등이다.

때문에 직장에서도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폭언·폭력·괴롭힘 등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생명존중교육이 시행되면 직장 갑질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보면, ‘듣기’ 부분에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듣는 사람의 역지사지 태도다.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듣기’로, 이 과정에서 생명 존중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직장 내 생명존중교육이 의무화되면, 게이트 키퍼(생명지킴이)를 양성해야 한다. 게이트 키퍼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발견,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에 의뢰·연계하는 사람이다. 세계적으로 게이트 키퍼 양성은 중요한 자살 예방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도 자살예방교육을 통해 일터에서 게이트 키퍼를 키워낼 필요가 있다.

아직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선 생명존중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 시·군 자살예방센터에선 교육에 기업 참여를 권고하지만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크게 떨어진다. 근로자 복지 차원이든, 직장 내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든 생명존중교육은 필요하다. 공공기관 의무화에서, 민간기업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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