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만나는 캠프 데이비드...고비마다 세계사 바꾼 회담 열렸다
다음 달 18일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서북쪽으로 100㎞쯤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탁틴산 자락에 있는 미 대통령 전용 휴양 시설이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군사시설(캠프·camp)로 분류된 소박한 오두막이다. 1938년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휴양지로 건설됐는데,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낙점하고 이름을 ‘샹그릴라’(지상 낙원)라고 붙였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따 명칭을 ‘캠프 데이비드’로 바꿨다.
캠프 데이비드는 현대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외교적 결정이 이뤄진 역사의 현장이다. 1943년 5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이곳에 초청받아 루스벨트 대통령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구상했다. 1959년 9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국을 처음 방문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맞이한 곳도 캠프 데이비드다. 이틀간의 정상회담 뒤 미·소 정상은 “이번 의견 교환이 영속적 평화의 성취에 기여하길 희망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78년 9월 지미 카터 대통령 중재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체결한 조약은 이름부터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다.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는 카터 대통령의 초청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12일간 비밀 협상을 했다.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은 그들이 점령하고 있던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고, 요르단강 서안지대에서 팔레스타인들의 자치권을 인정했다. 사다트와 베긴은 캠프 데이비드 만남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2000년 7월 중동 평화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이곳으로 초청했다.
한국 대통령 중에서는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태우고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돈독함을 과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2년 5월에는 G8(8국)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낙점한 것은 각별한 예우의 의미와 함께 미국의 외교적 전통을 복원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바이든은 주말 휴식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를 자주 찾지만,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미국 각지의 호화 리조트들을 선호했다. 트럼프는 2017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상징적인 첫 회담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졌다. 2020년 6월 G7(7국) 정상회의도 자신의 골프 리조트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 골프 클럽’에서 개최하려 했다. ‘외교는 대통령의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다’란 비판에 장소를 캠프 데이비드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대면회의가 취소되면서 그나마 실현되지 못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