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정상만 처음으로 모인다

최경운 기자 2023. 7.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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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美 캠프 데이비드서 尹·바이든·기시다 회담 개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 미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3국 정상이 다자회의 참석 때가 아닌 별도 정상회의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중국의 패권 팽창이란 공통의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의 안보·경제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장관급 안보 협의체나 3국 정상회의 사무국 신설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월 G7때 만났던 한미일 - 윤석열 대통령과 조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국(G7)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하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3국 간 조율을 거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회의 날짜는 3국 정상 일정을 고려해 내달 18일로, 장소는 3국 정상 간 우의를 다지자는 뜻에서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국(G7)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9월 미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앞두고 아시아의 두 핵심 동맹국 정상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속하는 북한·중국·러시아의 밀착에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상훈

3국은 내달 정상회의에서 북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연내 가동 등 3국 안보 공조 강화를 집중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별도의 한·미·일 안보 협의체 구성, 3국 연합 미사일 방어 훈련 등도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탈중국화 흐름에 맞춰 3국 간 반도체, 전기자 배터리, 주요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도 논의한다.

한·미·일 정상이 별도의 3국 정상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3국 안보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북한 핵·미사일과 중국의 패권 팽창이란 공통의 지정학적 위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한층 고조되면서 3국 정상이 협력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 4월 윤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데 이어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톱티어(Top-tier·최상위) 동맹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강화 외교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자유민주주의 연대 강화 외교전이 맞물리면서 성사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직후 서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유엔총회, 아세안+3 정상회의, G20(20국) 정상회의 등에 잇달아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자유 연대’ 외교전에 나섰다. 올 3월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한일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4월엔 미국을 국빈 방문해 미 핵우산(확장억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냈다. 5월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지난주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한 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귀국한 뒤엔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지난 18일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열었고, 윤 대통령은 이에 맞춰 부산에 입항한 미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시찰했다.

외교 관계자는 “한·미·일 협력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한·일 관계 경색”이라며 “윤 대통령이 먼저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면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도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3국의 긴밀한 관계를 위한 추진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국제 정세도 새로운 차원의 3국 협력을 추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팽창을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날로 고도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한의 실제 도발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한·일 양국의 불안감은 커졌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한·일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신뢰도를 높이는 것에 더해 3국 차원의 안보 협력 체제로까지 나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일 교도통신도 “패권적인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이나,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의견 교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3국이 정상회의를 통해 상호 안보 안전핀을 추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합참 차장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유엔사 후방기지의 유사시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미가 당분간 양자 핵협의그룹 안착에 주력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본도 별도의 3국 안보 협의체 구성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회의에선 무역·공급망·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3국은 지난 18일 미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경제안보대화 2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선 특히 무역·투자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경제적 위압’에 대한 대처 방안도 논의됐다. 공급망 탈중국 흐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둔 논의다. 일 요미우리신문은 “3국 정상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높이고 이를 중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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