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해체하면서… “국민들 아무 생각 없어”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개방 결정 과정을 좌파 시민 단체들이 사실상 주도하며 좌지우지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환경부는 문 전 대통령 훈령에 따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고, 조사평가단 내에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 중 기획위가 4대강 보 처분 방안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했고, 전문가 8명과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됐다. 기획위에 들어가는 전문가 8명은 전문위 위원 43명 중에서 뽑도록 했다.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 181곳은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라는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전문위) 구성은 재자연위의 추천을 받아서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환경부는 재자연위 간부에게 전문위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169명의 명단을 메일로 보냈고, 재자연위 간부는 자기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을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생각되는 41명의 이름 옆에 ‘안 된다’는 의미로 ‘N’을 적어 돌려보냈다. 이 41명은 전문위 구성에서 모두 제외됐다. 2018년 11월 전문 위원으로 선정된 43명 중 25명(58.1%)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였다. 기획위 민간 위원도 8명 전원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이런 기획위는 2018년 12월 ‘두 달 뒤인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고 정해 놓고 활동을 시작했다. 감사원은 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반복해서 발표한 상황이었고, 문 정부 청와대가 환경부에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줬다고 밝혔다.
기획위는 보 처리 방안도 결론을 미리 짜놓는 식으로 논의했다. 기획위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개선된다고 전제하고, 이런 이득이 보 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했다. 보 해체에 따른 이득이 비용보다 작더라도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보를 그대로 두는 방안은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기획위는 보를 해체할 경우에 수질 개선 등의 이득이 얼마나 될지를 계산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가 사용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보를 설치하기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가 있기는 했지만 이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많았다. 보 설치 과정에서 강의 형태가 바뀌어, 보를 해체한다고 강이 보 설치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제대로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위는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써서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을 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기획위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다섯 보의 해체·개방을 확정했다.
감사원이 이후 추가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 해체가 과연 이로운지 다시 평가해 봤더니, 결론이 뒤집혔다.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지 말아야 하고, 세종보는 해체가 이로운지 아닌지 확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감사 결과가 나오자 환경부는 이날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보 개방으로 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소(小)수력발전’ 정상화, 지류 하천 정비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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