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파티 생중계까지...생일 맞은 푸바오, 韓中日 마음 녹였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福宝)’가 20일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들여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한국·중국·일본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한·중·일 협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3국의 외교 당국은 3살짜리 판다에 대한 3국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만한 우호 사절이나 ‘외교 자산’도 없다는 것이다.
한·중·일 네티즌들은 이날 푸바오가 케이크를 생일상으로 받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소셜미디어(SNS)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중국 국영 CCTV가 자사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인 ‘양스핀(央視頻)’을 통해 진행한 생중계는 동 시간 접속자 수가 한때 10만명에 이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한 현지 유학생은 “푸바오뿐만 아니라 사육사 강철원씨도 ‘판다 할아버지’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중국이 선물한 판다를 내 자식처럼 길러주는 한국에 많은 중국인이 고마워한다”고 했다.
냉랭해진 한중 관계에도 우리 국민들의 푸바오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관련 기사와 영상에는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선플들이 줄을 잇는다. 구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의 상당수 영상이 푸바오와 관련된 것이고, 지난달 푸바오의 ‘일일 매니저’ 역할을 할 아르바이트생 3명을 모집하는 공고에는 1만3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도쿄 우에노동물원의 아기 판다 ‘샹샹’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에서도 푸바오를 보기 위해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는 관광객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샹샹은 지난 2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푸바오의 인기는 외교 현장에서도 화제다. 지난달 ‘베팅’ 발언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에버랜드를 찾아 푸바오의 생일을 축하하고, 동물원 측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11일엔 중국대사관이 “푸바오가 언니가 됐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암컷 판다는 가임기가 1년에 3일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번식이 어려운데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초빙된 전문가가 분만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사관 측은 “판다 가족에 대한 한국 국민의 사랑과 보살핌에 감사한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일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판다가 3국의 민간 교류를 촉진하는 우호 사절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푸바오는 한·중 간 임대 계약에 따라 4살이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르면 다음 달 반환 협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푸바오가 누리고 있는 이례적 인기와 화제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가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판다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만큼 한중 관계를 고려해 판다 임대 기간 연장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4년 만에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회의를 계기로 리창(李强) 총리 방한이 성사되면 공급망과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 협력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교는 외교, 판다는 판다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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