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2’ 이성민의 예비된 통곡 "내 탓이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는 크게 볼 품 있는 인간은 못된다. 일단 소갈머리 없는 머리조차 빗질할 줄 모른다. 다음으로 코밑부터 시작해 턱을 감싸고 구렛나루까지 이어지는 철사같은 수염도 다듬을 줄 모른다. 한 마디로 봐줄 것도 없는 외모를, 그만큼의 대우조차 안해주며 살아가는 부류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의 주인공 김택록(이성민 분)은 그런 인간이다.
또 경찰 인생 설계에 계급 상한이라도 정해놨는 지 만년 경위 신세다. 그러다보니 경감·경정 단 후배 팀장·과장들 모시고 여전히 팀원으로 남아있다. ‘과연 정년퇴직까지 경감은 달까’가 후배들의 관심사다.
잘하는 거 하나는 있다. 범인을 잘 잡는다. 가히 금오경찰서 강력계의 전설로 불릴만하다. 물면 안놓는 개 같은 근성도 있다. 그래서 별명도 택견(택록 강아지 준말)이다. 사건만 보면 사거리파 소행인지, 외지인 소행인지, 묵혔다 잡을 사건인지 수사 방향이 딱 잡히는 강력수사 일타강사다.
어느 날 그런 그에게 ‘발신자 표시제한’의 협박전화가 걸려온다. 서광수(김홍파 분) 서장 뒤치다꺼리하는 후배 우현석(김태훈 분)을 만나러 가던 길이다.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 오랜만이야”로 말을 걸어온 놈은 ‘지금 어디가? 딱 잘라 말할게 가지마. 가면 후회해”라 협박한다. 시답지 않은 놈이다.
비극은 그 밤 시작됐다. 다시 걸려온 놈의 전화. 다짜고짜 금오산 3번 등산로 2.5km지점 절벽으로 오지 않으면 우현석이 죽는다고 협박했고 실제 우현석은 그곳에서 택록에게 안겨 죽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칭 ’친구’와의 두뇌싸움. 놈은 택록에게 “네 과거를 돌아봐. 과거 속에 네가 있고 내가 있어”라며 택록마저 석연치 않아했던 과거 사건들의 재수사를 지시한다. 택록은 새로 부임한 수사과장 국진한(진구 분)의 의심 속에 택록 스스로 증거 조작한 10년 전 형제 살인사건, 양기태(김재범 분)가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굴다리 방화사건 등을 재수사, 새로운 진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택록은 그 사건들의 재조명이 금오경찰서장 서광수를 겨냥한 음모임을 알아차린다. 금오시는 거대규모의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세칭 금오시 발전위원이란 감투를 쓴 유지 몇이 서광수의 비호하에 그 개발특혜를 독식하려 한다.
여기에 경찰청장까지 날렸던 스캔들의 주인공인 건설 브로커 장성태(안내상 분)가 끼어든다. 그는 희귀병 아들 치료비에 허덕이는 국진한을 매수, 금오시 카르텔의 수호자 서광수를 날리려 기획했고, 그 칼로 내세운 것이 김택록였다.
폭군 네로가 기독교 신자 처형용으로 사육한 사자는 제가 네로를 위해 일하는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택견’ 김택록은 정확히 자신을 부리는 ‘친구’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 실마리였던 국진한이 택록 앞에서 저격당하는 것으로 시즌1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5일부터 시작해 19일 5,6편까지 공개된 ‘형사록 시즌2’는 시즌1에서 맞지 않던 아귀를 맞춰가며 ‘늙은 형사’ 김택록을 완성해 가고 있다.
국진한 사망 1년 6개월후 시점에서 시작된 시즌2는, 시즌1의 흑막 장성태가 이미 사망했다는 전제부터 깐다. 말미까지 ‘친구’의 정체를 미스테리로 끌고갔던 시즌1과는 달리 스피디한 전개가 특징적이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영서도지사 후보 이영호(주진모 분)가 이른 시점에 흑막임을 밝혔다. 자살당한 장성태는 말 그대로 브로커에 불과했다. 이영호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 그에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줄 금오 항만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할 작정이다. 그 리고 사전 정지 작업으로 장성태와 국진한을 내세워 서광수를 필두로 한 금호시 발전위원 세력을 몰아냈다.
그에겐 휘하에 행동력 막강한 무장조직까지 있어 저돌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그런 판에 ‘경찰 영웅’으로 은퇴해 고향 금오시에 복지재단을 만든 최도형(정진영 분)이 은근히 거슬린다. 그 최도형은 김택록이 서울 기동수사대로 전출됐을 때 만난 선배였다.
한기용(김민재 분)의 정체도 이른 시간 밝혀졌다. 택록이 국진한과 같이 있을 때 ‘친구’로 전화 건 인물도, 장성태의 앞잡이도 한기용였다. 그 한기용을 연주현(김신록 분)과 감사반이 체포할 때 들이닥친 무장세력. 뒤늦게 합류한 택록은 그들에게서 기동타격대의 모습을 발견한다.
김택록은 수사 끝에 국진한 살해 현장과 장성태 자살 현장에 나타난 동일 차량에 주목하고 그 차에서 내린 인물이 한기용이 말한 권이사임을 주목한다. 그리고 연주현의 아버지이자 살해당한 전직 경찰 연상훈이 남긴 사진에서도 같은 얼굴을 발견한다. 연상훈은 놈들에게 ‘금정(今靖)’이란 이름도 남겼다.
그리고 그 권주환이란 인물의 소유 건물에는 기동수사대 시절의 후배 진석이 세들어 장사하고 있었다. 검거작전 중 총에 맞아 다리를 잃은 진석은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이름 ‘오무사’를 언급한다.
번뜩 스치는 생각 하나. 서울 기수대 시절 김택록은 ‘오늘도 무사히’를 줄여 ‘오무사’란 친목 모임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금오서로 복귀한 후 없어진 줄 알았던 ‘오무사’는 ‘지금 금(今)’ ‘평안할 정(靖)’을 쓴 금정회로 명맥을 잇고 있었다. 그러니 ‘친구’는 ‘친구’였던 것이다.
김택록은 끝장을 보는 기질이다. 거기에 더해 남들보다 죄책감에 예민하게 태어난 사람이기도 하다. 산적같은 외모의 이 늙은 형사는 뜻밖에도 , '내 탓 천재'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책은 모든 일이 끝나고까지로 미뤄두는 편이다.
우현석이 죽고, 배영두(유승목 분)가 죽고, 국진한이 죽도록, 그리고 연주현이 칼맞아 생사를 오가도록, 저들은 ‘파종자’ 택록을 죽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택록은 끝장을 볼 것이다.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발아된 나무라도 가지 하나, 줄기 하나, 뿌리 하나까지 뽑아 던질 것이다. 그리고는 엄청난 자책에 휩싸일 것이다. 다른 인간이었다면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을지 모르지만 그게 택록의 방식이다.
오는 26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형사록 시즌2’ 마지막 에피소드 7, 8화를 앞두고 지레 택록이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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