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결혼자금 공제 확대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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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대응의 한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개발을 위한 지자체 및 민간연구기관 협동연구' 보고서 서론에 실린 한 대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정책은 현재 10년간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자녀 등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결혼자금에 한해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저출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적했듯 정책 몇 개로 해결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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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대응의 한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정책은 현재 10년간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자녀 등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결혼자금에 한해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공제 한도는 1억~2억원으로 거론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연간 출생아가 25만명 수준까지 줄어드는 등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뭐라도 해야겠다”는 정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또 10년 가까이 공제 한도가 묶여 있어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점과 2억~3억원 이하 결혼자금의 출처는 실무적으로 국세청이 조사하지 않는 등 낡은 규제라는 점도 일견 수긍이 간다.
문제는 이 정책이 ‘출생률 제고’라는 목표 달성은커녕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특정 계층을 위한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식 1인에 대한 평균적인 결혼비용 지원액은 7217만원 정도인데,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혼수비용이 5073만원에 달한다. 평균적인 가정에서는 증여세를 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고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많은 집에만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정책을 두고 “자식에게 빚만 안 물려주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저출생 관련 논의를 지엽적인 수준으로 격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출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적했듯 정책 몇 개로 해결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의 배경 자체가 학창시절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사회에서 괜찮은 직장이 없으면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와 연관돼 있다. 저출생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가족 관련 공공지출 예산 확충과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올해 초부터 사활을 걸고 아동수당 확충 등 각종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 아니면 미래는 없다’는 인식에서다. 저출생에 가장 급박하게 대응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저출생 대책이 결혼자금 공제 한도 확대 여부에 머물러서는 청년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없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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