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女교사 비극에…이준석 “고인의 죽음, ‘정쟁화·희화화’ 대상 삼지 말길”

권준영 2023. 7. 2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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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교권 세우기 위해 두들겨 패서라도 분위기 잡던 옛날이 좋았다’ 식의 망언 나올 수도”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같은 뜬구름 잡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대안은 다시 학생 두들겨 패는 방향으로 가선 안 돼…뜬구름 잡는 소리여서도 안 돼”
“서로 상대 정당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람 찾아보려고 혈안 되는 추태 부리지 말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디지털타임스 DB>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20대 여교사가 '극단 선택'을 해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 사안의 결말이 '교권 회복'이라는 모호하고 주체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용어를 중심으로 너무 전근대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는 '교권을 세우기 위해 두들겨 패서라도 분위기를 잡던 옛날이 좋았다'는 식의 망언을 할 사람도 나올 수 있겠고,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같은 뜬구름을 잡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대안은 다시 학생을 두들겨 패는 방향으로 가서도 안 되고, 뜬구름 잡는 소리여서도 안 된다"며 "조선시대에는 체벌의 일환인 곤장을 치고 유배를 보내다가 지금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자유형으로 바뀌어 온 것처럼 학교 내에서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유형에 해당하는 제도를 뒀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detention[(학생에 대한 벌로서) 방과 후 남게 하기]이라는 징계 제도를 둔다. 예를 들어 lunch detention이라는 제도는 아이들과 어울려서 밥을 먹지 못하고 따로 밥을 먹거나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는 제도"라며 "비슷하게 after school detention은 하교시간 이후에 남아서 공부(라고 쓰고 멍 때리기)를 더 하고 가야 되는 방법"이라고 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우리도 교육현장에서 두들겨 패는 방법과 사회봉사-강제전학으로 이어지는 가볍지 않은 처분 사이에 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선생님들에게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학교차원에서 상담교사나 교직원을 통해서, 아니면 여러 명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소통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찰이 도둑 잡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미담 만들고 홍보영상 찍는데 집중하면 동네 치안이 위험에 빠지는 것처럼, 교원도 교수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면 그 지역의 교육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김포 어린이집 사건을 겪으면서 이미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치권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다른 게시물에서 이 전 대표는 "교사들이 투 폰을 쓴다는 이야기, 저학년을 맡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 모두 익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이렇게 비극과 함께 터져 나와야 할 일은 아니었고 특히 김포 어린이집 사태이후 뜬구름만 잡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며 "이번에는 뜬구름 잡아서도 안 되고 교원에 대한 사적 소통을 차단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굳이 필요한 소통은 학교별로 게시판이라도 열어서 공개적으로 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있으면 교무실로 수업 외 시간에 따로 메시지를 남겨놓으면 된다"며 "이렇게 이야기하면 '니가 애를 키워봤냐'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을 텐데. 나도 '애' 해봤다. 놀랍게도 초등학생도 해봤고 중학생도 해봤고 고등학생도 해봤다. 모두가 해봤다. '해주면 좋은 서비스'와 '꼭 해야 할 서비스'는 다르다. 전자가 과도해서 누군가의 후자에 지장을 준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20대 여교사의 비극을 두고 정치권에서의 '정쟁화' 우려도 전했다. 이 전 대표는 "학교장이 목숨 걸고 거짓말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가정 하에 인터넷에서 나온 말 중에 사실인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고인의 죽음을 정쟁화,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리고 서로 상대 정당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람을 찾아보려고 혈안이 되는 추태는 부리지 말자"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정치권 및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여교사 A씨의 유가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숨진 A씨는 지난 18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학생 등교시간 전에 발견돼 현장을 목격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씨의 외삼촌인 B씨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교사노동조합연맹 기자회견에 참석해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학부모의 갑질이든 악성 민원이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이초등학교장이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입장문 내용을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면서 "사회 초년생이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B씨는 특히 애초 입장문에 포함됐지만 입장문 최종본에서 삭제된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학생 간 사안은 발생 다음 날 마무리 됐다'는 문장과 관련해선 "입장문이 변경된 배경이 무엇인지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 조카를 죽음으로 내몬 학교의 교육환경 중 잘못된 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며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 교육환경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고쳐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수사기관에서는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간다"며 "개인사 문제만 있다면 마지막 공간이 왜 학교였겠나"라고 꽂비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진술, 여러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왜 교사가 학교라는 장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추적해야 한다"며 "비탄에 빠진 교사들의 움직임을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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