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하의 대중문화평론] “손끝의 감촉이 만들어내는 화려하고 잔혹한 세계, 셀리브리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 아시아권 인기몰이
업로드한 사진·동영상에 익명의 하트·좋아요가 곧장 수익 연결
주인공 ‘어그리(agree)아리’가 언제든 ‘어글리(ugly)아리’도 가능
하루아침에 셀럽이 되기도 사기꾼으로 추락하기도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칠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Celebrity)’는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를 여는 이 말은 앤디 워홀이 했던 말이라고 하지만, 근거는 명확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자되는 것은, ‘인기’라는 허황되고도 농밀한 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고, 무엇보다 수긍할 만한 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인’, ‘유명 인사’ 등으로 번역되곤 하는 이 용어는 간단히 ‘셀럽’ 또는 ‘인플루언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셀럽은 대중에게 노출된 개인 계정에 사진과 영상, 이야기를 올리고, 익명의 개인은 하트, 또는 익명의 ‘좋아요’, 시청(조회수)으로 참여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소통의 양은 곧장 수익으로 이어진다. ‘셀러브리티’의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셀럽이 올린 한 장의 사진 덕분에 허름한 백반집이 유명 식당이 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데,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그들의 광고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사람들에게 대등하게 허용된 채팅창, 셀럽들을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는 ‘좋아요’의 빨간 하트와 악플을 달 수 있는 창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몸처럼 붙어있다. 그들은 좋아요, 팬이에요, 하트를 누르면서 셀럽들을 천국으로 이끌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그들을 지옥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채팅창은 대중이 셀럽을 지배할 수 있는 기이한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 동영상으로 벼락같은 인기를 얻은 셀럽들의 삶은 양면적이다. ‘벼락’처럼 갑작스럽고 빠른 이동성과 방향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변화무쌍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 감정, 호오가 선명하게 드러난 ‘말(言)’들이다. 여기에 적당한 조작과 공작이 더해지면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스타 셀럽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그 창조적인 힘과 파괴적인 힘의 근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넷’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이 치열하고도 잔혹한 ‘넷’에 뛰어든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빠른 속도로 경험하지만, 그 경험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으로 사람들의 삶을 잠식한다. 공주님, 여왕님 하며 칭송하던 말들이 사기꾼, 주작질과 같은 욕설로 바뀌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도, 어떤 노력도 요구되지 않는다. ‘넷’ 안에서 연결된 세상은 신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한번 연결된 세상은 거미가 쳐 놓은 그물보다 질기고 잔혹하다.
조작된 채팅을 보면서도 “너 걔 못 잡아. 익명이잖아. SNS잖아. 누구든 다 때려잡을 수 있는 데잖아. 내가 아니면 누구냐고? 그것도 차고 넘치겠지. 남 잘 되는 꼴 아니꼬워 죽겠는 사람이 세상에 한 둘이겠니. 바로 너 옆에도 있을걸.”(ep.10)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와 당신들, 어디에서든 ‘익명’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들은 누군가를 나락으로 떠민다. 건물의 난간에 위태롭게 서서 “나는 못 견디겠어요. 버텨지지가 않아요.”(ep.11)라고 말했던 주인공 서아리의 모습은, 악플로 고통을 받다가 끝내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셀럽들과 익명의 죽음들을 겹쳐 떠올리게 한다.
대중을 통해 얻은 인기는 대중에 의해 사라지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어떤 조건에서든, ‘찰나’라는 짧은 순간에도 극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서아리가 ‘어그리(agree) 아리’가 언제든 ‘어글리(ugly) 아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셀러브리티’의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해시태그의 간단한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넷망진창, #팝콘각, #다 터져라. 자신이 겪는 지옥은 견디기 어렵지만, 타인이 겪는 지옥을 보는 건 짜릿하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넘기는 화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속도감 넘치는 익명의 손끝의 감촉은 뜨겁고 서늘하다.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것, 누군가의 실시간 방송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공간을 뛰어넘는 수많은 접속은 마치 진정한 ‘소통’을 하고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소통은 방향과 크기를 알 수 없는 예측불허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익명성이라는 그늘 아래서 두드리는 키보드,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말들은 어떤 천국과 지옥보다도 달콤하고 잔혹하다. 익명의 입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말들은 지독하게 소란하고, 잔인하게 화려하다.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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