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子 공부 안 시키려 제주 이사..‘행복배틀’ 공감 안됐죠”[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제주도에서 산지 세 달 됐어요.”
배우 진서연이 ‘행복배틀’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 주연 배우 진서연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극중 진서연은 뷰티 기능 식품 업체 ‘이너스피릿’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송정아 역을 맡았다.
작품이 끝난 후 제주도에서 못다한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는 진서연은 “아이에게 공부를 안 시키려고 제주도로 옮겼다. 흙 밟고 공부 안 하고 자연에서 뛰어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행복배틀’의 반대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배틀’에 나오는 엄마들의 부류를 직접 본적도 없고, 제가 그 반대로 자유롭게 살기때문에 찍으면서도 ‘진짜 그래?’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차예련 배우나 박효주 배우는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공감하더라. 그런데 ‘드라마처럼 이렇게 시기질투 하지않는다. 다들 배운 사람들인데 매너있게 예의 지키면서 한다. 우리는 사이 좋다’고 얘기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김윤철 감독의 요청으로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채 촬영에 임했다는 진서연은 “초반에 대본이 절반밖에 안나왔을때 ‘누가 범인이냐’ 물어봤더니 ‘우리의 인생이 내일도 알수 없지 않냐. 모르는 상태로 찍으시는게 오히려 감정 몰입될것 같다. 모르시는게 낫지 않냐’고 얘기하시더라. 그래서 이번 작품할 때 대본이 끝까지 나왔을 때도 다른 배우들의 서사를 읽지 않았다. 저와 관련된 신들 위주로 읽고 촬영했다. 범인이 누군지 저도 최근에 알았다. 일부러 모른 채로 촬영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특히 진서연은 가장 놀랐던 반전 전개를 묻자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 유진(박효주 분)이가 첫번째 아이를 낳아서 숨겨서 키웠던 것”이라며 “전체적인걸 보면서 다른 캐릭터의 서사를 모르고 시작했음에도 그건 상상도 못했다. 그게 아니라도 일이 너무 많지 않나. 사건사고가 많은 상황에서 ‘숨겨둔 자식이 있고 그 자식을 버리고 병원장 만나서 행복한척 하면서 산거였어?’ 싶더라. ‘그게 사는게 사는걸까?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고 그 삶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충격을 전했다.
남편 정수빈(이제연 분)이 오유진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 역시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키스신이 있다고? 키스를 해?’ 싶었다. 아마 처음에는 대본이 그렇지 않았을 거다. 근데 감독님이 모두가 다 범인인것처럼 의심가게 포커싱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추후에 대본이 살짝 바뀐걸로 알고 있다. 원래는 여자들 중에 한명이 범인일 거라고 추론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로 알고 있었는데, 대본이 바뀌면서 제 남편도 용의선상에 올라가고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반부 송정아는 학부모 커뮤니티의 중심에서 오유진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게 된 장미호(이엘 분)를 경계하고 밀어내려는 악역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철부지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던 사연이 공개되면서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됐던 바. 뿐만아니라 후반에는 진범 강도준(이규한 분)에게 위협받는 장미호를 도와주거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나영(차예련 분)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에 진서연은 “드라마 특성상 시청자들을 혹하게 해야하고, 범인인것 처럼 유추하게 해야했다. 그래서 1부부터 7, 8부까지는 ‘송정아가 범인일 수도 있겠다’고 추론할 수 있게 연기에 접근했다. 일부러 엄마들한테 독하게 했다”며 “어차피 후반부에는 정아의 서사가 나오기 때문에 앞에서는 ‘저 여자가 범인일수도 있겠다’라는 뉘앙스에 포커스를 주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송정아 외에 하고싶은 역할로 김나영을 꼽으며 “치정 멜로를 해보고싶다”고 강한 바람을 전한 진서연은 “그동안 재벌 총수나 강하고, 세고, 서늘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 그런거에서 변곡점을 줘서 다르게 할수야 있겠지만, 사람이 똑같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연기가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저는 서민 역할이나 정의를 위해 싸우는 캐릭터가 안 들어온다. 참 해보고싶다”고 털어놨다.
진서연은 코미디와 멜로 연기에 욕심을 드러내며 “저는 코미디가 강한 배우다”라고 강력 어필했다. 그는 “코미디를 너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캐스팅이 안되고 있다. 저는 뼈를 갈아서 주성치급으로 연기할수 있다. 또 치정 멜로도 하고싶다”고 거듭 강조해 웃음을 안겼다.
“작품을 선택할때 주인공인가를 보는게 아니라 캐릭터가 매력적인지, 서사가 있는지를 본다. 그래서 ‘독전’도 출연한 거다. 3, 4신 밖에 없어서 3일 정도 촬영 했다. 그래도 캐릭터가 재밌는 역할이라면 다양하게 하고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정아 캐릭터에 ‘재미’를 느낀 포인트를 묻자 진서연은 “빌런처럼 보이지만 빌런이 아니라는 사실이 좋았다. ‘이번에 또 악역이야?’ 이런 질문을 했는데, ‘보면 알거야’라더라. 유일하게 내가 악역이 아니고, 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회사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워킹맘이다. 열심히 사는 여자인데 그 과정에 오해도 불러 일으켜야하고 결국 정아의 가정사에 서사도 어필이 되기때문에 매력적인 역이라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윤철 감독과의 남다른 호흡도 전했다. 진서연은 “또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렇게 준비를 많이해온 감독님은 처음본다. 우리가 밥먹는동안 혼자 밥도 안 드시고 매 신마다 세세하게 동선을 돌고 계시더라. 내가 저 나이가 돼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정도로 존경스러웠다”고 감탄했다.
그는 “고집이나 억지도 쓰지 않으신다. 저는 마음에 안들면 대본을 다 바꿔오고 ‘이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편이다. ‘행복배틀’도 대사를 많이 바꿨고, 감독님을 설득시켰다. 감독님이 ‘나는 언제나 열려있으니 설득시키면 오케이다’라고 하셨다. 설득 안 된적이 한번도 없다. ‘이건 빼도박도 못하겠지? 대본을 이렇게 안 바꾸면 앞뒤가 안 맞으니 당연히 바꿔야겠지’ 싶은 게 있으면 문자를 보내거나 현장에서 보여준다. 그러면 감독님은 이미 저보다 더 많이 대본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하셨기 때문에 척히면 척이다. 딱 아신다”고 케미를 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행복배틀’은 첫방 시청률 0.7%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며 시청률이 4배나 뛰는 쾌거를 이뤘다. 진서연은 “다들 걱정 많이 하셨다. ‘시청률 안 나오면 어쩌지’, ‘안 좋아하면 어쩌지’하고. 저도 걱정 많이 했다. 특히 제가 걱정한 부분은, 이런 류의 분들을 잘 몰라서 저는 공감이 안 됐다. ‘이게 재밌어?’, ‘정말 이래?’하면서 촬영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행복을 배틀하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피터지게 싸우더라. 심지어 아이들끼리 싸우면 엄마들도 안 보고 난리라더라. 맘카페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복배틀’ 속 인물들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송정아는 교육관에 대한 흔들림은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즉답했다. 그는 “서울살 때 ‘영어 안 하면 어떡하냐’고 얘기하는 전형적인 ‘행복배틀’ 엄마들이 있었다. 그런데 저는 이미 교육관이 적립 돼 있었다. 그들을 비난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으니까. 제가 ‘나는 (영어) 안 시키려고. 계속 놀게 할거야’라고 하면 걱정을 해준다. 그럴때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안 시킬거야. 시골 갈거야’라고 했었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도에서 육아에 집중 중인 진서연은 아이를 위해 거취를 옮긴 것이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저는 기본적으로 연기하는걸 행복해 하고 좋아한다. 육아에 있어서도 엄마가 행복한게 아이가 행복한 것이라는 지론이 있는데, 제가 행복하려면 좋은 작품을 열심히 꾸준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육아때문에 일을 덜하지는 않는다. 재밌는 캐릭터가 없어서 안 할수는 있어도, 재밌는 캐릭터가 있는데 가족때문에 미루고 안 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서연은 “아이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한테 집중하는 엄마들이 많다. 저는 제가 아이를 키울때 제 경험에 비춰서 한다. 저희 부모님이 저를 키우면서 헌신하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 자기들의 삶을 살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사는 불행하고 희생하는 삶이 좋아보이지 않았고, 고맙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걸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식이 행복하려면 본인이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되지 않나. 저는 일할 때 행복하니까 아이에게 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여줄수 있는 자료는 다 보여준다. ‘엄마가 연기를 해. 이렇게 해서 장난감이 생기는 거야. 돈 벌러 갈게’라는 이야기를 한다. 운동을 하거나, 관리를 하거나, 촬영하러 갈 때 죄책감을 안 가지려 노력했다. 아이가 만 4살이 되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 엄마가 자랑스러운걸 표현하더라. 친구들한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는 걸 느낀다. ‘앞으로도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겠다. 내가 행복하면 이 아이도 나를 통해 행복을 어떻게 찾는 것인지 배우겠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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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앤드마크,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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