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엔 ‘양성평등’, 왜 못 쓰죠?[스경연예연구소]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리뷰에 ‘양성평등’과 ‘휴머니즘’이란 단어만 쓰면 어떻게 될까. 아주 재밌는 상황이 벌어진다.
19일 출고된 <[편파적인 씨네리뷰] ‘바비’ 그만 좀 떠먹여줘>라는 리뷰 기사엔 ‘양성평등과 휴머니즘이 생각해볼 만한 화두고 의미있는 메시지라는 건 알겠다. 그러나 그레타 거윅 감독은 관객이 영 미덥지 않은 모양인지 주입하고 또 주입한다. 강의를 억지로 듣는 학생이 된 기분도 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극과 극의 반응들이 쏟아져나왔다. 공통적인 건 ‘양성평등’이란 단어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선 ‘양성평등은 무슨. 바비랜드는 극단적 여성사회였고, 페미니즘이 남녀평등운동이 아닌 극 여성우월주의구나라고 말해주는 영화라고 느꼈는데’ ‘양성평등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페미 XXX 맞네’라고 비꼬았다. 이 작품이 극 여성우월주의라며 ‘양성평등’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는 의견들이었다.
또 한쪽에선 ‘바비 리뷰에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못 쓰고 양성평등과 휴머니즘으로 퉁치다니’ ‘영화에서 내내 페미니즘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양성평등이래. 이렇게 알아듣질 못하니까 떠먹여주는 거지’라며 페미니즘을 왜 페미니즘이라 말하지 못하고 ‘양성평등’으로 에둘러 말하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양측 의견들을 살펴본 이후 내린 결론은.
“……네?!?! ‘바비’엔 ‘양성평등’이라고 쓰면, 왜 안 되나요?”
‘바비’는 정확하게 양성평등(모두의 평등)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울러 모두를 존중하라는 휴머니즘을 목표로 한 페미니즘 영화다. 여성 정권인 바비랜드가 가부장제를 들여온 켄으로 인해 남성 정권으로 바뀔 위기에 처하자 권리를 잃었던 바비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수많은 켄들도 그동안 없었던 참정권을 부여받 내용이 담겨있다. 극여성우월주의 영화도 아니고, 누군가 함부로 표현한 ‘위험한 페미니즘’물도 아니다. 이미 기개봉작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 전반부에 걸쳐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그레타 거윅 감독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리뷰에 적었을 뿐인데 갖가지 의견들이 난무하는 걸 보니 ‘커뮤니티 내 페미니즘에 대한 감수성은 대체 어떤 것인가’란 물음표가 남는다. 물론 다수의 의견은 아니겠지만, 혹여 서로 공격하고 반격해야만 하는 이런 감수성들이 페미니즘의 ‘대세 담론’으로 치부될까봐 조심스럽다.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이뤄진 불합리한 성차별과 부조리한 제도에 대해 반격하고 자신의 노력에 온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권리를 되찾자는 것이 페미니즘의 내용이다. 나아가 성과 나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게 모든 사상의 이상적 목표 아닌가. ‘양성평등’과 ‘휴머니즘’을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바비’의 주연과 제작을 맡은 마고 로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완벽하게 페미니즘의 DNA를 지닌 영화다. 그리고 또한 환상적인 영화고, 휴머니스트(인도주의적) 영화이기도 하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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