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 있는 마을들이 잘 보존됐으면[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2023. 7. 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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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필자는 역사 ‘덕후’라서 그런지 역사 영화들을 엄청 좋아한다. 특히 ‘미이라’(1999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알렉산더’(2004년), ‘킹덤 오브 헤븐’(2005년) 같은 영화들에 거의 꽂힌 수준이다. 이 영화들을 몇십 번이나 시청했는지 모른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많은데, 제일 먼저 생각난 비슷한 것이 촬영지가 같았다는 것이다. 바로 모로코 남부에 위치한 시골 아이트벤하두(Aït Benhaddou)이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이곳은 한국으로 치자면 하회마을 같은 곳이고, 1987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시골 지역은 아프리카에서 마라케시에 가는 상인들을 위해 휴게소 느낌으로 11세기쯤에 생긴 것이다. 그 옛날 느낌이 아직도 남아서 오래전부터 할리우드를 비롯한 많은 영화 제작사들이 여기서 역사적인 영화들을 촬영해 왔다. 이런 까닭에 이 시골이 유명해지니까 주민들이 관광 사업에 나섰다. 아이트벤하두에서 주민이 실제 살고 있는 집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자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을 카페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갑자기 아이트벤하두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유명한 여행 유튜버인 빠니보틀의 초대로 모로코에 왔다. 그가 필자에게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와 마라케시 여행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이다. 사실은 이 글도 역시 모로코에서 작성하고 있다. 마라케시 여행 와중에 빠니보틀이 “알파고, 아이트벤하두도 같이 갈까요?”라며 추가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좀 울컥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에 덕후 수준으로 시청했던 그 유명한 영화들의 촬영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수락하고 아이트벤하두로 향했다.

아이트벤하두 부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짐을 두고 바로 시골로 갔다. 시골이다 보니 길도 좀 험했지만, 그 울림을 묘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가고 싶었던 영화 촬영지에 왔다는 행복감을 떠나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말고는 현대적 느낌을 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마치 11세기에 온 느낌이었다. 이 시골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에 바닷가 도시 아가디르로 갔다.

빠니보틀은 그동안 ‘모태 한국인’들과 같이 해외 여행을 한 적이 많았지만, 필자 같은 귀화 한국인과 같이 해외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로코 여행 중간중간 한국 관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의 첫 질문이 한국 관광의 장점은 무엇인가였다. 필자는 바로 답했다. 한국 도시들은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다르게 발전된 도심 속에 산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이다. 도심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등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또한 치안이 안전하다는 것은 좋은 점이고, 바가지 문제가 해외 유명 관광지에 비해 비교적 없는 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마음 편하게 여행을 올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단점을 묻자 필자는 바로 아이트벤하두가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한류를 통해 알게 되어 여행하러 온다. 그중에 케이팝도 있지만 영화나 사극도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관광객들은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분위기를 즐기려고 한국을 찾아온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안타깝게도 드물다. 위에서도 언급한 안동 하회마을, 경주 유적지, 그리고 서울 등의 크고 작은 한옥마을을 제외하면 어디에나 현대적 건물로 가득 찬 상황이다.

물론 한국이 가슴 아픈 임진왜란과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많은 역사유적지를 잃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에 한국의 이쁜 1950∼1960년대를 담은 역사적인 동네들도 과도한 재개발 흐름으로 없어지고 있다. 물론 한 지역을 정해 놓고, 거기에 한옥 마을을 지을 수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배경이 없고, 몇 세대에 걸쳐 주민들이 살지 않으면 아이트벤하두에 있는 것과 같은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역사적인 지역들을 지키는 것이 지금 시대 사람들의 책무일 수도 있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만큼 한국은 오래된 것들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멋진 아파트 단지 등을 짓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동네들이 잘 보존됐으면 한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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