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심사자문위, ‘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직 제명 권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20일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 제명을 권고했다. 윤리특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김 의원 제명은 윤리특위 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200표 이상을 받아야 확정된다.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장시간 토론 결과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견으로 결정을 봤다”고 밝혔다.
윤리심사자문위는 김 의원이 국회법상 품위유지 의무, 의원 윤리강령상 성실의무 및 사익추구 금지, 의원 실천규범상 청렴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중 200번 넘게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2021년 말 가상자산을 팔아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거래소 잔액은 약 99억원이고 이 중 9억5000만원가량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리심사자문위가 파악한 거래는 주로 코인거래소 빗썸과 업비트를 통해 이뤄진 ‘위믹스’ 코인 거래다. 자문위는 이른바 ‘잡코인’ 거래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전체 가상자산 거래 횟수나 금액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법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최고 수준 징계인 제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해충돌 논란 소지가 있다. 상임위 도중 상습적인 코인 거래는 품위유지 위반으로 봤다.
상임위 중 200번 넘는 가상자산 거래…“품위유지 의무 위반”
위믹스 9억여원 인출 확인
다른 코인 거래 더 있을 수도
자료 미제출 등 태도도 영향
윤리자문위 최고 수준 징계
효력은 본회의 표결 거쳐야
김남국 의원(사진)의 불성실한 해명 태도도 제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 위원장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제대로 소명이 안 된 부분이 있었고 성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자료 제출 미비로 윤리심사자문위의 진상 파악이 미뤄져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졌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상임위 도중 얼마나 거래했나’라고 질문하자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0.99개로 금액은 많지 않다. 몇천원 정도”라며 “금액이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대선 기간이던 “2022년 1~3월 (가상자산 지갑에서) 인출한 금액은 440만원”이라고 밝혔으나 2021년 12월 말 9억5000만원을 인출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리심사자문위가 제명을 권고한 사례는 21대 국회 들어 윤미향 무소속 의원,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 의혹, 박 의원은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에서 계약을 수주하도록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재판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징계안이 폐기됐다. 윤·박 의원 제명안은 윤리특위에 1년6개월째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이 실제 제명되려면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의결, 본회의 무기명 표결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제명안이 윤리특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 역사상 현역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1979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강용석 전 의원 제명안은 2011년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김 의원 제명안이 200표를 얻어 가결되려면 168석의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의원 제명은 민주당 신뢰 회복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김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도덕성 위기에 처하자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다. 민주당은 “윤리심사자문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윤리특위는 지난 5월30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 징계안을 상정하고 이를 자문위에 회부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지난 5월14일 민주당을 전격적으로 탈당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을 피하기 위한 ‘꼼수 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사흘 뒤인 같은 달 17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국민의힘도 같은 달 8일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바 있다.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다른 의원들에게도 확산할 수 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국회의원 299명을 상대로 가상자산 보유 이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1명이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11명 중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회의장이나 소속 정당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윤승민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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