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 “진서연→차예련 센 언니 NO, 동갑 이엘과 내적 친밀감”(행복배틀)[EN:인터뷰①]
[뉴스엔 이하나 기자]
박효주가 ‘행복배틀’을 통해 배운 점에 대해 전했다.
박효주는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 연출 김윤철)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박효주는 극 중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의 삶을 SNS에 전시하며, 헤리니티 엄마들 사이 ‘행복배틀’에 불을 지피는 오유진 역을 그렸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행복배틀’을 봤다는 박효주는 “촬영을 끝낸 후에도 감정이 계절 변하듯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서 아직은 끝났다는 게 완전히 실감은 안 난다. 종영 다음 주부터 실감이 날 것 같다. 방송을 보면 현재 진행형 같고, 심장도 뻐근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바람이 분다’, ‘보좌관2-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에서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박효주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결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효주는 “도전이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형사 역할도 많이 했고, 내려놓고 사는 역할도 많이 했다. 외적으로 풀착장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캐릭터는 거의 처음이다”라며 “오유진 같은 인물이 매력 있었지만, 처음은 쉽지 않더라. 많은 고민이 있었던 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효주의 여러 고민 중에는 오유진의 넘치는 욕망도 있었다. 박효주는 “오유진의 욕망을 담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공감을 못했던 건 아니고 어떤 씨앗은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기 행복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있는 것 같다”라며 “오유진은 그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가짜 행복만 하염없이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오유진이 초라하고 처량하고 안쓰러웠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이 여자는 왜 판도라의 상자라는 폴더까지 만들면서 살까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사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고, 내 약점을 숨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공격하는 방법밖에 못 배운 거다. 그 행위 자체가 인물의 살아온 방식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오유진은 2회 만에 죽음을 맞으며, 인물들을 갈등으로 치닫게 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유진의 사망 장면에 대해 박효주는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효주는 “거꾸로 매달리기를 해야 했다. 뭘 먹었으면 다 토했을 거다. 그 안에서 감정도 표현해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오유진의 마지막 모습이 어떨까를 고민했고, 눈을 감은 것과 뜬 것을 다 찍었다. 감독님이 눈을 뜬 걸 찍고 싶다고 하셔서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방송을 보니까 잘한 것 같다”라고 만족했다.
박효주는 깊은 감정을 짧은 시간에 응축해서 표현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16부에서 11부쯤의 치닫는 감정을 1~2부부터 표현해야 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겁이 났다. 이 여자의 죽음이 16부를 쭉 끌고 가는데 그만큼 임팩트가 강렬해야 한다는 스스로 만든 부담감이 초반에 괴롭혔다. 연기할 때도 내가 담아내기에는 이 여자의 욕망은 너무 컸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힘들고 버겁고, 낯설었다”라며 “1~2회는 계속 서사가 흘러가서 괜찮았다. 드문드문 죽기 전 인서트들이 나오는데 전후 과정들을 대본 없이 소화해야 하니까 그런 것에 대한 이해가 늘 어려웠다. ‘이 지점에는 어떤 상태이길래 이렇게 싸워야 하나’ 같이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에 대한 불안함, 걱정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면도 가능하겠구나’라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교차했다”라고 말했다.
박효주는 예전 강우석 감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행복배틀’을 통해 배운점을 꼽았다. 박효주는 “강우석 감독님이 ‘영화는 종합예술인데 배우들은 자기 감정이 100이면 좋은 신인 줄 알아.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 함께하는 거야’라고 하셨다”라며 “이번에 모든 신에서 헤맬 때 감독님이 도움을 주시고 선장 같은 역할을 해주셔서 의지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내가 부족했던 걸 음악, 카메라 움직임 등이 채워서 서사를 전달해주더라.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지는 게 드라마고 작품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은 다 부질없던 거더라. 이 작품에서 많이 배웠고, 10년 전 강우석 감독님의 말이 떠올랐던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행복배틀’은 박효주 외에도 이엘, 진서연, 차예련, 우정원 등이 출연해 주부들의 삶과 욕망을 표현했다. 강한 이미지와 달리 배우들 모두 착한 성품을 가졌다는 박효주는 “그런 순둥이들이 없더라. 그런 기운을 가진 친구들이어서 정말 편했다”라며 “다만 초반에 혼자 찍어야 하는 신도 많았고, 감정이 센 장면도 많아서 서로 친하고 편해도 촬영 중에는 노려봐야 할 때가 많았다. 그쪽으로 치중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더 많이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들 역할이 만만치 않아서 현장 오면 폭주하는 열차들 같았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순간이 소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엘과는 18년 동안 헤어졌던 이복자매라는 서사로 처음 만났다. 이엘의 캐스팅 소식에 기뻤다는 박효주는 “동갑인데 단 한 번도 같은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다. 연기해 온 필모그래피도 알고 왠지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맞았고, ‘행복배틀’을 하면서 얻은 귀한 선물 같은 친구다. 감독님한테도 18년 만에 만났지만 우리는 30년 만에 만난 기분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라고 전했다.
이엘을 향한 애정은 컸지만 극 안에서 이엘을 대면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박효주는 “장미호(이엘 분)와 유진의 서사를 담는 게 쉽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여고생 시절을 연기했던 배우들을 보면서 더 진한 마음을 느꼈고, 미호가 유진이 죽고 나서 조금씩 유진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표현을 보면서 감정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고생 시절의 미호, 유진 서사를 보고 엘이와 오랫동안 통화했다. 눈물 날 것 같은 걸 몇 번이나 참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기 하면서 느낀 건 유진이한테 미호는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이었다는 거다. 유일하게 유진이가 행복했던 순간이지 않았을까. 유진이가 마지막에 ‘넌 정말 내 유일한 동생이고 친구고 가족이었어’라고 쓴 편지가 진짜 마음이었다”라며 “유진이가 그런 마음을 드러낼 때마다 상처받는 삶의 연속이어서 더 이상 꺼내면 안 되는 욕망이 됐다. 수면 위로 아픔이 드러날 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하면 할수록 오유진 캐릭터에 짙은 여운을 느꼈던 박효주는 “유진이는 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고, 초반에 찍고 중간에 공백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오락가락 했던 것 같다. 환영으로라도 미호를 마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긴 신을 찍으면서 마음의 체기가 해소가 된 것 같다”라며 “예전에는 역할에서 금방 빠져나왔는데 요즘은 길게 가더라. 억지로 다른 작품으로 잊으려고는 안 하지만 가슴이 구멍난 듯한 허함이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사람 냄새나고 장수하는 힐링 드라마를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ENA)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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