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정책 법제화' 10개월 만에 실제 이행 상정한 북한…의도적 긴장 고조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2023. 7. 20. 22: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방상 담화로 "현 상황, 핵무기 사용 조건 해당" 엄포
한미의 '군사력 사용 시'로 일단 선 그어…고강도 도발은 지속 예상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해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의 첫 실제 이행을 시사하며 한미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20일 밤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이 한반도에 전개된 것을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 국방상의 주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제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법안에 기반을 둔 것이다.

북한은 이 법의 6조 '핵무기의 사용조건'에 △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를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상황으로 상정했다.

이중 강 국방상은 현재의 상황이 6조 1항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즉 북한은 미 핵전략자산의 전개를 한미가 북한에 대한 공격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북한이 한미의 동향에 대해 '핵무력 정책'에 근거한 본격적인 대응을 시사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에 대한 '강 대 강' 기조 하에서 세부적으로 '핵에는 핵으로'라는 스탠스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은 외부의 공격 정황이 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위법'이 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즉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과 명분을 법으로 규정해 이를 제지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내정 간섭'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려는 의도다.

때문에 강 국방상이 법안의 구체적 조항을 제시하며 핵무기 사용 위협을 제기한 것은 북한이 한미의 동향에 '최대한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국방상이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우리 측을 호명한 것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지워 남한을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함으로써 오히려 핵무기 사용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강 국방상은 "공화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두 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한미의 '군사력 사용'이 있어야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선제적 핵무기 사용' 없이 일단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주시하며 한미의 태도를 살피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상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북한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군의 하반기 훈련이 개시된 상황에서 내부 응집을 위한 긴장 고조 행보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북한은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미군의 정찰기 운용과 켄터키함의 전개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난 12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바 있다.

켄터키함의 전개 사실이 공개(18일)된 뒤인 19일 새벽에도 두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며 노골적 반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맞대응 기조 하에서 이날 국방부문의 수장인 국방상의 담화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한 북한은 당분간 고강도 무력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일주일 뒤로 다가온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과 8월에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열릴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 때까지 북한의 위협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선보인 다양한 종류의 핵탄도미사일과 '수중 핵어뢰' 등 각종 무기체계를 총동원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eojiba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