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바람핀 남편 용서? ‘내 사람 안 내쳐’ 대사에 공감”(행복배틀)[EN:인터뷰①]
[뉴스엔 이하나 기자]
배우 진서연이 몰입감 넘치는 연기로 존재감을 발산하며 ‘행복배틀’을 빛냈다.
진서연은 7월 20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 연출 김윤철)에서 책임감 강하고 멋진 대표이사지만 실상은 연하 남편에 세 명의 남동생까지 부양 중인 가장 송정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행복배틀’(극본 주영하, 연출 김윤철)은 SNS에서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한 뒤,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리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감정 몰입을 위해 원작 소설을 보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는 진서연은 “‘행복배틀’을 찍으면서도 ‘진짜 그래?’라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차예련 배우는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다고 하더라.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드라마처럼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들 매너 있게 예의를 지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행복배틀’은 오유진(박효주 분)을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서사를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 거짓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담았다. 연기를 하며 느낀 이 작품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진서연은 “한국은 교육열이 엄청나고, SNS에 몰입해 있는 엄마들도 많지 않나. 제목대로 행복을 배틀하는 부류의 사람도 많다. 이런 군상을 다루면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현시점에 몰입해서 보기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라며 “실제로 맘카페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진서연은 빌런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반전 서사를 가진 송정아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진서연은 “1~7회까지는 내가 범인일 수 있겠다고 추론할 수 있게 일부러 그쪽으로 더 접근해서 연기했다”라며 “사실 정아는 동생을 위해 헌신하고 회사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워킹맘이다. ‘이번에 또 악역이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극에서 유일하게 악역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 가정 서사도 있고,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진서연은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로 오유진의 숨겨진 딸 심주아(서이라 분)의 등장을 꼽았다. 진서연은 “1회부터 16회까지 다른 캐릭터의 서사를 모르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이가 첫 번째 아이를 숨겨서 키웠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유진의 삶이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고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앞서 영화 ‘리미트’에서 이정현, 문정희와 호흡을 보여줬던 진서연은 ‘행복배틀’에서도 이엘, 차예련, 박효주 등과 함께 워맨스를 그렸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과 함께한 소감에 대해 진서연은 “다들 내로라하는 센 캐릭터들이지 않나. 실제로는 센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귀엽고 순수해서 재밌게 촬영했다. 차예련 배우랑 붙는 신이 많았는데 차예련 배우가 웃음이 많다. 여기에 이규한 배우까지 같이 하면 거의 지뢰다. 너무 웃겨서 ‘다른데 보면 안 돼?’라고 하면서 찍은 적도 있다”라고 화기애애 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극 중 송정아는 겉으로는 거침없어 보이지만 마약에 빠진 철없는 막냇동생 송정식(서벽준 분)부터 연하 남편 정수빈(이제연 분) 등의 삶까지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송정아의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울분을 담아 송정식과 정수빈을 때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진서연은 “장르가 스릴러이기도 하고, 내가 업어 키운 동생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처절함을 느끼고 부모의 마음으로 동생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을 것 같은 느낌으로 찍었다. 그 장면을 찍고 3일을 앓아 누웠다. 멍이 든 것처럼 아프더라”며 “남편을 때리는 장면은 최소 여섯 번을 찍어야 했다. 상대방이 나오는 장면만 진짜로 때렸는데, 생각보다 더 과하게 했다. 이제연 배우에게도 NG 안 내게 한 번에 세게 할 테니까 정신을 단단히 챙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송정아와 정수빈은 극 중 9살 연상연하 부부 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 진서연은 “실제 결혼 11년 차인데 연상이든, 연하든 내 남편은 7살이다라고 생각하고 살면 마음이 편하다(웃음). 살아보니 나이가 많든 적든 다 똑같은 것 같다. ‘말 잘 들어서 사는 거야’라는 대사가 와 닿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수빈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비밀 외에도 한때 오유진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 밝혀지며 송정아와 갈등을 겪는다. 실제 진서연이라면 남편의 부정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진서연은 “사람 죽이는 것 빼고는 용서가 가능할 것 같다. 극 중에 ‘나는 내 사람 안 내쳐’라는 대사가 와 닿았다. 진심을 담아서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존감 문제인 것 같은데, 나와 인연이 맺어지면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신 있으니까 내가 선택한 당신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일 거야’라는 생각이 있다. 온갖 실수를 해도 감싸고 안고 가는 편이다. 나도 결혼 11년 차니까 많은 일이 있지 않았겠나. 결혼은 버티고 유지하는 게 승리자다”라며 “물론 동생이 송정식 같은 행동을 했다면 내 손으로 병원을 끌고 가든, 경찰서를 데리고 갔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진서연의 자존감의 근원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던 성장 배경과도 연관된다. 그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딸 셋이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야 했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7살 때부터 ‘나는 왜 태어났지? 내가 누구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서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고, 차원이 넓어졌다”라며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소중하고, 대단한 운명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의 매력적인 서사에 끌린다는 진서연은 주로 강하고 서늘한 캐릭터만 연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진서연은 “서민 역할이 잘 안 들어온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송강호 선배님은 악역을 하든, 선한 역할을 하던 캐릭터가 보이고 다 스페셜하게 보인다. 그런 점이 너무 부럽다”라며 “난 코미디가 강한 배우다. 코미디를 잘할 자신이 있는데 아직 보여주지 않아서 캐스팅이 안 되고 있다. 뼈를 갈아서 연기할 수 있다. 치정 멜로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앤드마크, ENA)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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