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3대 초격차 산업’으로 키운다
용인·평택, 포항, 천안·아산 등 7곳
예산·인허가 등 전폭적인 지원
2042년까지 민간투자 614조 투입
2차전지는 전국 4곳에 걸쳐 구축
핵심 인력 확보가 정책 성공 관건
정부가 경기도 용인과 평택 등에 총 7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처음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특별법에 따라 용수, 전력, 입지 등에 대한 인·허가를 최대 60일 이내 처리하고 용적률 한도도 최대 1.4배 확대한다.
정부는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2042년까지 민간투자 총 614조원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첨단산업 육성을 내세워 환경 규제를 푸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첨단전략산업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에 특화단지가 처음 지정됐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된 지역에는 연구·개발(R&D) 예산 우선 배정, 용적률 완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인프라 조성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될 수도 있다. 기업이 용수·전력·입지 등에 대한 인허가를 요구하면 해당 지자체는 최대 60일 이내에 승인 혹은 불허를 결정해야 하는 ‘타임아웃제’까지 도입돼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만약 60일이 지나 아무런 조치나 회신이 없으면 인·허가가 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21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신청한 지자체가 15개로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반도체 특화단지는 결국 예상된 경기도 용인·평택과 함께 경북 구미도 선정됐다. 첨단반도체 특화단지가 들어서는 용인과 평택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다. 특히 용인은 지난 3월 ‘국가첨단산업단지’로 뽑힌 데 이어 이번에도 선정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의 육성을 위해 대규모 민간 투자가 예정된 용인·평택 지역에 국가적 재원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경북 구미에는 반도체 소재 특화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반도체 핵심소재인 웨이퍼·기판 등의 대규모 생산설비에 대한 추가 투자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2차전지 특화단지는 핵심 광물(전북 새만금)-소재(경북 포항)-셀(충북 청주)-미래수요(울산) 등 전국에 걸쳐 구축하기로 했다.
LG화학과 SK온이 위치한 전북 새만금에 배터리용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소재인 전구체와 리사이클링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가공을 위한 집적단지를 신규 조성한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이 있는 경북 포항은 국내 최대 규모 2차전지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충북 청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2024년부터 가동한다. 울산은 세계 최초의 차세대 전고체 전지 ‘마더팩토리‘ 설립을 통해 미래수요에 대응키로 했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 용수 등 인프라 구축 지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포항에 투자한 배터리 소재업체 관계자는 “산업단지 확장을 하게 되면 인근 울진이나 삼척 등에서까지 전기와 용수를 끌어와야 할 수가 있는데, 지자체의 인·허가와 인프라 지원이 신속할수록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위치한 충남 천안·아산 지역이 지정됐다. 생산과 R&D 관련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초격차 달성을 위한 생산·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인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가 주도 산업전략은 필요하다”면서도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에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용인·평택 이하로는 석·박사급이 잘 내려가지 않자 ‘인재의 남방한계선’이란 말까지 나돈다.
한편 기업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공학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첨단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를 내세워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환경 규제 등을 대거 풀어주겠다는 뜻”이라며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용수·전력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제한적인 공공자원을 특정 기업과 지역에 우선해 조건 없이 배분할 경우, 지역 간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영·이재덕·김상범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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