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게 해병대 원하더니... " 故채수근 해병 빈소 눈물바다

해병대, 채일병에 상병 계급 추서...사고 경위 조사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2023.7.20/뉴스1

경북 예천의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고(故) 채수근(20) 상병의 빈소가 20일 포항 해병대 1사단에 차려졌다. 사고 당시 일병이었던 그는 순직 이후 해병대가 상병으로 추서했다.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1사단 내 강당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유가족들과 동료 해병대 장병 등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채 상병 영정사진 양 옆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해병대 1사단장 등이 보낸 근조기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등이 보낸 화환 30여 개가 놓였다.

유가족들은 분향소 입구 쪽 벽에 걸린 채 상병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수근아. 수근아”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채 상병의 어머니 하모씨는 해병대 관계자에게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을 왜 항상 뒤늦게 수습하느냐”며 “구명조끼만 입혔으면 살았을 텐데... (우리 아들을) 허무하게 가게 했다”고 했다. 하씨는 아들의 영정 사진에 손을 대고 “불러도 대답 없는 우리 아들아, 내 사랑스러운 아들...”이라며 오열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마련된 고(故) 채수근 상병(추서)의 빈소에서 유가족들이 채 상병의 영정 사진이 담긴 안내판을 쓰다듬으며 오열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서 폭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주민들을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14시간 만에 실종 지점에서 5km 떨어진 고평대교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채 상병은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동료들과 ‘인간 띠’를 만들어 수색하고 있었다. 군 당국은 “물이 깊지 않았고, 유속이 낮은 상태라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군이 병사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북 남원 출신인 채 상병은 27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한 전북소방본부 소속 채모(57) 소방위가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귀하게 얻은 외동아들이다. 채 상병의 고교 선배인 박지민(22)씨는 “9일 전에 수근이가 해병대에 함께 입대한 친구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봤는데 황망하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답게 해병대를 가고 싶다’고 했던 착하고 자상한 아이였다”고 했다.

해병대는 채 상병이 숨진 뒤 뒤늦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채 상병의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애도 메시지를 통해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사고 원인을 조사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채 상병의 영결식은 오는 22일 오전 9시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열리고, 유해는 화장을 거쳐 전북 임실의 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