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연정이냐, 군부와 결탁이냐…태국 총리 선출 ‘혼란’
제2당 프아타이당, 피타 총리 도전 불발에 ‘선출권’ 쥐어
의회 과반 위해 60석 필요, 친군부표 얻으려 연합 가능성
반군부 1당 전진당 위기…군부·상원 비판 추가 시위 예고
민주화와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을 안고 지난 총선에서 151석을 얻어 제1당이 된 태국 전진당(MFP)이 군부의 반대로 정권에서 밀려나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태국의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회의가 오는 27일로 예정됨에 따라 제2당인 프아타이당(141석)이 분주해졌다. 전날 피타 림짜른랏 MFP 대표의 총리 도전이 불발되면서 총리 후보 지명권이 프아타이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프아타이당이 MFP의 우방으로 남을지, 아니면 MFP를 제외한 별도의 연정 구성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촌라난 스리카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현재로선 (기존) 야권 정당들과 손을 잡고 있다”면서도 “8개 당이 맺었던 양해각서가 수정돼야 할지, 추가 정당을 영입해야 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프아타이당은 누구를 총리 후보로 정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MFP와 프아타이당 등 야권 8개 당이 기존에 확보한 의석은 하원 500석 중 312석이다. 총리가 되기 위해선 상원 249명을 포함한 상·하원 투표에서 과반(374석)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프아타이당은 60여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선 프아타이당이 현 군부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40석) 등 군부·보수 계열을 연합에 끌어들이려 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출마 정당 중 가장 군부에 적대적이었던 MFP에 비하면 프아타이당은 군부 정당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총선 직후에도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손잡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PPRP에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가 소속돼 있어 친군부인 상원 표를 얻기가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제3당을 차지한 품짜이타이당(71석)도 주요하게 거론된다. 품짜이타이당은 군부 계열은 아니나, 왕실모독죄(형법 제112조) 폐지 등 MFP의 대표 공약에 반대하며 8개 당 연정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문제는 MFP가 연정에 그대로 남는다면 PPRP나 품짜이타이당의 포섭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아누틴 찬위라꾼 품짜이타이당 대표는 “프아타이당이 정부 구성을 이끌게 됐지만, 연정에 MFP가 포함돼 있다면 품짜이타이당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MFP가 끝내 집권 연정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MFP는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도 야당이 될 위기에 처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의원 자격이 정지된 피타 대표가 본격적으로 송사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최악의 경우 MFP는 전신인 미래전진당(FFP)처럼 강제 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 태국 헌재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iTV 주식을 보유한 피타 대표가 미디어 주식 소유자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원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이 같은 혐의가 유죄로 최종 확정될 경우 피타 대표는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최대 20년간 정치활동 금지 및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전날 헌재의 자격 정지 결정이 나오고 의회에서 투표가 불발된 이후 방콕 민주기념탑과 의회청사 앞에선 시위대가 모여 상원과 군부를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내 표를 존중하라’ ‘피타’ 등 해시태그를 통해 군부와 상원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이날까지 올라오고 있으며, 추가 시위 예고 또한 이어지고 있다.
총리 선출 혼란이 이달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총리 선출 과정이 8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선출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대중이 그 총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치적 잡음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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