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쿠타가와상 최초 중증장애인 수상
“아쿠타가와상에 중증장애인 수상자는 없었으니 저를 ‘최초’라고 쓰시겠죠. 하지만 왜 2023년이 돼서야 (장애인 수상이) 처음이 됐는지, 그 점을 모두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치카와 사오(43·사진)는 목에 달린 기관절개관을 한 손으로 눌러가며 뼈 있는 말을 전했다. 그가 열 살 때쯤 ‘선천성 근육병증’이 발병했다. 숨을 쉬려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고, 글을 쓰려 해도 연필을 쥘 수 없다. 불편과 차별이 따라붙는 장애인의 삶. 그는 장애인에게 쳐진 벽으로 인해 지금까지 많은 ‘당사자 작가’가 없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치카와가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언중유골’의 한마디를 날린 배경이다.
공익재단법인 일본문학진흥회는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이치카와의 소설 <헌치백>(꼽추)을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치카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척추가 휜 여성 중증장애인이 장애는 없으나 수입이 없는 남성과 만나 겪는 일들을 그렸다. 장애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 사회적 차별이 주된 화두다. 이치카와는 지난해 대학 졸업 논문을 쓰며 장애인 차별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이때 느낀 분노를 소설에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치카와는 회견에서도 취재진에게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연거푸 강조했다. 그 역시 작품을 쓰고 싶어도 연필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누워서 태블릿PC를 잡고 손가락으로 소설을 써야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카와는 특히 독서에서의 ‘배리어 프리’(사회적 약자를 위한 접근성 향상)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책을 들지 못하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접근하기 힘든 장애인들에겐 독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치카와는 “원하는 대로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상당한 권리 침해”라며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 정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이나 학술계에서 좀처럼 책의 전자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처음으로 알린 이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일곱 살 많은 언니”라고 답했다. 언니 역시 이치카와와 같은 병을 가지고 있으며, 중학생 때 쓰러져 누운 채 생활하고 있다. 다만 책만큼은 가까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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