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내가 오송 현장 갔어도 상황 바뀔 것 없어”
합동분향소 찾은 충북지사
늑장 조치 질문에 발언 논란
유족 “무책임한 태도” 분노
이범석 청주시장은 ‘묵묵부답’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김영환 충북지사가 “제가 현장에 갔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20일 도청 신관 1층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번 사고를 늑장보고 받은 것에 대해 “당시 괴산댐 붕괴 보고로 3000가구가 대피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오송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지만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괴산댐 월류 현장을 먼저 찾은 것”이라고 했다.
심각성을 너무 늦게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며 “지금 국무총리실의 감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실관계는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김 지사 발언에 참사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유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고 반발했다. 유족 대표 이경구씨는 “김 지사의 발언은 직무유기이고 무책임한 태도인 것 같다”며 “유가족들은 ‘어쩔 수 없었으니 너의 운명으로 받아들여라’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노했다.
김 지사와 함께 늑장대응 의혹을 받는 이범석 청주시장도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이 시장은 이날 오후 청주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신속한 피해복구와 재난전파시스템과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 다시는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반복되는 피해가 없도록 점검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참사 현장 늑장 대응에 대해선 “오전에 보고받을 때는 지하차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정도여서 부시장이 현장을 가고, (나는) 침수 상황이 심각한 모충동과 신봉동에서 현장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족 대표 이씨는 한 총리에게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진행 과정을 희생자 유족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감찰과 수사를 통해 미비한 점들을 밝혀내 뜯어고치겠다는 각오로 제도개편에 나서겠다”며 “감찰과 수사 결과를 유족은 물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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