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교사 사망이 오은영 탓? … 소아정신과 박사, '금쪽이' 방송 저격

박미주 기자 2023. 7. 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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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 2022.7.11/사진= 뉴스1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극단 선택한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 오은영 박사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체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오 박사 탓에 아이들의 버릇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 박사가 출연하는 육아상담 예능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은영이 학부모들 여럿 망친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A씨는 "오은영 교육관이 자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동감 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짓는다"면서 "그러다 보니 체벌도 없어 오냐오냐 남 불편하게 하고 피해주는 일까지도 존중해주고 공감하니 아이들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하는데, 체벌과 폭력을 같은 카테고리(범주)에 묶어 놓고 방송에서 떠들어대니 '금쪽이' 같은 애들이 자꾸 출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간도 결국 동물이다. 말 안 들으면 따끔하게 혼내고 체벌도 해야 한다. 무자비한 폭력이 아니라 체벌 후에 아이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면 된다"며 "자꾸 방송에서 체벌하고 훈육하는 것을 악처럼 묘사하니 이상한 부모들이 자꾸 출몰하는 것 같다. 그런 부모들도 애초에 공중도덕 없는 것 같고 애들은 때론 쥐어패야 말을 듣는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A씨에 공감하는 누리꾼들은 "처음엔 오은영 좋아했는데 망치고 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고 아이 특성과 집안 분위기에 따라 사회적 규범을 가르쳐야 하는데 오은영 나오고 나서 '이게 정답이다'가 됐다", "오은영처럼 전문가일 때나 (체벌 없는 훈육이) 가능하지"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오 박사를 옹호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오은영이 때리지 말랬지. 훈육하지 말라고 했냐", "오은영이 알려주고 고쳐줘도 학습 능력 부족한 부모들이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서 문제", "오은영이 체벌하지 말라는 이유가 훈육에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체벌에 감정이 안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되 훈육할 때는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하라는 게 원칙이었다" 등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사진= 서천석 박사 페이스북 캡처

이와 관련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오 박사가 출연하는 육아상담 예능 방송을 저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천석 서울대 의학 박사는 지난 1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서 박사는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신과 의사들은 안다)"면서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 내지 권위를 위해 의도적인지 아니면 은연 중에 그러는지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엊그제도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걱정을 갖게 한 교사 폭행 사건이 있었다. 오늘은 서초구의 한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일반적 교권 침해 문제는 그 문제대로 강력한 해결책을 만들고,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 내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교실 내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이를 적극적으로 다룰 치료기관과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적 장기 입원까지 가능한 전문적 접근은 물론 행동치료 경험이 풍부한 일대일 전담 교사(치료사) 배치 등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문제 아이도, 나머지 아이들도, 교실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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