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 생필품 받으러 줄 설 필요 없게… 서울시 ‘동행스토어’ 개소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그간 쪽방상담소에서 후원물품을 받으려면 긴 줄을 서야 했다. 덥고 추운 건 물론 기다리는 동안 자존감도 깎였다. 동자동 쪽방촌에 ‘온기창고’가 들어섬에 따라 앞으로는 줄을 서느라 주위 시선에 위축될 필요가 없어졌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창고에 들르듯 편하게 와서 필요한 생필품을 받아갈 수 있는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를 내달 1일부터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 후암로에 들어선 온기창고는 비좁은 쪽방 환경을 고려한 창고형 매장이다. 대형 냉장·냉동고 등을 넉넉히 준비했다. 물품은 품목별로 진열하고, 편의점처럼 POS(전자식 금전등록기)를 통해 구매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용 대상은 쪽방상담소 등록 회원으로 회원(적립금)카드를 발급받은 주민이다. 월 10만점의 적립금만큼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기창고는 주 3회 이상 운영하고 전담인력 1명과 참여주민 2명이 함께 꾸려간다.

여름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나기 물품을 후원하던 세븐일레븐이 사업 취지에 공감해 3년간 월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인 ‘세븐카페’ 운영도 지원한다. 세븐카페 운영 수익금은 온기창고에 재투자한다. 세븐일레븐은 쪽방촌 주민이 대부분 1인가구로 균형 잡힌 식사가 힘든 점을 고려해 과일이나 두부 등 소용량 신선식품인 ‘세븐팜’ 상품을 주로 후원하기로 했다.

그간 쪽방상담소는 공간이 좁고 인력·물품이 부족해 후원물품이 들어올 때마다 날짜를 정해 선착순으로 주민에게 배부했다. 주민들은 긴 줄을 섰고, 이미 가진 물품을 또 받곤 했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온기창고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불편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9월 초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을 열 예정이다. 1년 정도 운영한 후 평가를 통해 나머지 3개 지역에 확대할지 결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열린 온기창고 개소식에 참석한 후 거동이 불편한 쪽방촌 주민을 위해 생필품을 대신 구매해서 각 가정에 배달했다. 그러면서 쪽방촌에 침수피해는 없는지, 폭염 안전대책은 마련돼 있는지를 점검했다. 오 시장은 온기창고를 계속 운영하겠다며 “원하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해 주시면 제가 늘 신경 쓰면서 챙기겠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