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수해백서’ 내놓고도 ‘사후약방문’ 실행 안 한 청주
“200년 빈도 방재 기준 상향”
지금까지 충족한 곳 없어
‘기후변화 고려’ 반영 미흡
2017년 7월15~16일 충북 청주시에는 시간당 최대 86.2㎜, 하루 290.2㎜ 폭우가 내렸다. 24시간 기준 200년에 한 번 올 만한 비였다. 시민 2명이 목숨을 잃었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수백억원의 재산피해도 냈다.
이듬해 11월 청주시는 ‘수해백서’를 냈다. 수해의 원인을 짚어보고, 대책까지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5년 뒤인 올해에도 청주시는 수해를 막지 못했다. 원인은 알았으나 대책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데는 실패했다.
청주시가 낸 ‘2017. 7.16 집중호우 수해백서’를 보면 당시 수해의 원인 중 하나는 ‘미호천교 인근의 병목 현상’이다.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미호천교는 지난 15일 오전 무너진 미호강 임시제방 근처에 있다.
백서에 나온 대안은 방재시설 설치 기준 강화였다. ‘중요 지역’의 경우 보호 수준을 200년 빈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기준을 충족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15일 침수돼 14명이 사망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도 지방 하천인 병천천과 국가 하천인 미호강이 합류하는 ‘중요 지역’ 근처다. 그런데 미호강은 국가 하천이라 금강유역환경청의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설계홍수량(몇년 빈도 홍수에 대응할지)이 설정되고, 병천천은 충북도에 권한이 있다. 청주시 관계자 A씨는 “시에서는 하천에 대해 순수한 유지관리 개념의 권한이 있고, (200년 빈도로 관리 계획을 높이려면) 기본계획에 반영돼야 예산이 편성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는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기후변화 특성, 재해 특성 등이 반드시 고려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도시를 개발하고 시설물을 배치할 때 침수위험지구를 피하고, 녹지계획에서 저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청주시가 2021년 8월 낸 ‘2040 청주도시기본계획안’을 보면, 특별정책과제 12개에 ‘기후변화 특성을 고려한 도시계획’은 없다. ‘특별정책과제’ 안에는 ‘무심천·미호천 합류부 수변공원 조성’을 통해 열대식물원, 캠핑장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청주시가 시민 설문을 통해 2040년의 주요 열쇳말을 묻자, 시민들은 기후·친환경·에너지 등을 꼽았다. 실제 계획안에도 온실가스 감축·환경 보전 계획은 다수 반영돼 있다.
청주시 관계자 B씨는 “기본계획안은 공청회에 사용하기 위해 요약한 자료고, 실제 계획에는 기후변화, 탄소배출을 전 분야에서 다루고 있다”며 “특히 도시기본계획 내 ‘방재 및 안전계획’에 재해 취약성 분석 결과, 취약지역을 고려한 시설물 설치 등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침수 발생 지역에 대한 신속한 정보 전달과 차량 통행 및 주민 행동 지침이 명확하게 전달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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