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행 선박 공격 시사…밀 가격 9% 폭등 ‘긴장 고조’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들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9% 급등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20일 0시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해당 선박이 등록된 국가는 우크라이나 편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체결한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을 발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상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덤 호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곡물 관련 시설만이 아니라 상선으로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흑해에 기뢰를 추가로 매설해 상선 공격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협정 종료 선언에도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발표로 흑해를 통한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루마니아를 거치는 임시 해상 수송로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실 슈크라코브 우크라이나 공동체영토인프라개발부 장관은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임시 통로를 활용하면) 흑해 북서부 해역에서의 국제 운송 차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흑해 북서부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주요 거점인 오데사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이후 이틀 연속으로 오데사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의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가격은 9% 이상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다만 밀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와 비교해 크게 낮고, 올해 1월 초보다도 낮은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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