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 정부 환경장관, 4대강위 불공정 구성”
문재인 정부 시기 4대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론을 도출한 평가 방식이 불합리했다고 감사원이 20일 밝혔다. 감사원은 보 처리계획 등을 심의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내 위원회(4대강위원회)도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부당개입해 불공정하게 구성됐다고 봤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김 전 장관과 환경부 직원들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다만 감사원은 위원회 구성이 보 해체·상시 개방 결론에 영향을 주진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보 처리방안 마련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청와대 등 윗선의 부적절한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와 기자들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보 평가 과정 중 경제성 분석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보를 대표할 측정 지점의 자료도 마땅치 않고 4대강 사업 후 하천 형상 변화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비용 편익 비율’(B/C)값의 산정 방법 및 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아 분석 결과의 신뢰성도 의문시된다고 했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보 처리방안 마련 시한을 이유로 자료의 한계점 보완을 위한 과학적·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까지 보 처리방안을 확정한다는 내용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탓에 환경부가 결정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환경부의 4대강위원회 구성도 문제 삼았다. 환경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시민단체 추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위원회 구성에 앞서 관계 부처와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추천받은 명단을 시민단체에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명단을 받은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한 인사에 반대 취지 표기를 해 회신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 ‘N’ 표기가 있었다. No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의 지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김 전 장관을 포함한 환경부 직원들을 지난 1월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문위원회 위원 43명 중 25명(58.1%)이 시민단체 추천 인사로 구성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분석이다. 시민단체가 제외를 요청한 전문가는 41명으로, 이들 중 위원회에 선정된 이는 없다. 조사단 내 위원회는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로 나뉘는데, 기획위원회는 전문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만 감사원은 위원회 구성이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이란 결론에 영향을 미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박준홍 감사원 국토·환경감사국장은 “(구성 때문에) 최종 결정을 그렇게 했다고 연결하는 건 단정이고 비약”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보 처리 방안 결정 ‘속도전’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영향도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는 환경부가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 마련이 어렵다며 기간연장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고, 이후 별도 조치를 한 정황도 감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국가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제성 분석에 대한 평가체계에 대해 문제 삼는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평가했던 모든 경제성 평가 사업도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된다”고 반발했다. 사의재는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의 맹탕 발표와 홍수 사태를 계기로 국가물관리위원회 합법적 결정을 뒤집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우리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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