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물 뒤범벅 불법 번식장…브로커는 '반려동물과 교수'

서효정 기자 2023. 7. 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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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강아지 공장' 브로커의 정체
[앵커]

지금 보시는 곳은 충남 홍성의 한 불법 개 번식장입니다. 한눈에 봐도 지저분한 이곳에 개들을 몰아넣고 평생 새끼만 낳게 해 '강아지 공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오늘(20일) 트리거에선 이렇게 낳은 개들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먼저 불법 개 번식장의 실태를 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비닐하우스 안에 뜬장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청소를 했는지 털과 오물로 뒤덮인 케이지 속, 강아지가 두세마리씩 들어가 있습니다.

발 딛고 서기도 비좁아보이는 우리, 임신한 듯 보이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활동가 : 검사하러 보내야 될 것 같아. 새끼 가진 것 같아.]

지난 5월 전북 진안의 한 불법 개 번식장의 단속 영상입니다.

이곳에 있던 것은 강아지 100여마리, 사체를 불에 태운 흔적과 강제로 교배를 시킨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충남 홍성의 불법 번식장도 비슷합니다.

이 땅은 군유지이자 가축사육 제한 구역, 건축물 안에 들어가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개 짖는 소리가 진동합니다.

밑에는 오물이 그대로 있습니다.

전부 번식을 위한 강아지들입니다.

한 강아지를 꺼내 자세히 보자, 주둥이가 시커멓고 썩어서 다 빠진 것인지 이빨이 없습니다.

[A씨/충남 홍성 불법 번식장 주인 : {여기는 몇 마리 있어요?} 지금 한 70~80마리 정도. 새끼를 밴 것도 있고 그러니까…]

정부는 이런 '강아지 공장'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생산업 전수조사를 하고 처벌 수위도 높였습니다.

[농림부 관계자 : 실제적으로 제보를 받거나 현장에서 적발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점검이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각 지자체는 해당 번식장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입니다.

[앵커]

지금 보신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대전의 한 경매장을 거쳐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경매장 주인은 출생 이력을 세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이 사람은 대학에서 동물 복지를 가르치는 반려동물과 교수였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불법 번식장 업자들이 '큰 손'으로 꼽는 사람은 대전 경매장의 홍 사장.

[B씨/불법 번식장 주인 : 홍 사장네는 2년 반 정도. 큰손에서 2번이지, 큰손에서. 개판에서는 2번.]

[A씨/충남 홍성 불법 번식장 주인 : {OO경매장 홍OO 대표님?} 전화해봐, 내가 누군가. OO이라고 하면 알 거야.]

해당 경매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사람들이 강아지가 든 박스를 안고 들어갑니다.

취재진이 들어가자 바로 막습니다.

[{홍OO 대표님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돼요?} 어디서 오셨는데?]

이 경매장 내부 문건입니다.

외부로 반출하면 형사책임을 져야한다고 써있습니다.

문건에 기록된 40개 넘는 거래 업체들, 모두 동물생산업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번식장이었습니다.

이 경매장 일부 강아지들의 개체관리 카드입니다.

모두 태어난 지 61일로 돼 있습니다.

60일 미만인 강아지는 거래할 수 없다는 동물보호법 조항을 맞추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자들은 경매장 홍 사장이 카드를 직접 써서 준다고 말합니다.

[박인종/반려동물생산자협회 사무총장 : 그냥 개만 갖고 가면 자기가 생일도 지 멋대로 써서 다 줬어요. 하루에 300~400마리씩 강아지가 나오는데 그 강아지 생일이 다 똑같냐고요. 세탁을 해주는 거죠.]

불법 번식장 강아지를 세탁해주는 '홍 사장'.

알고보니 대학에서 동물복지를 가르치는 반려동물과 교수였습니다.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홍 씨는 개체관리카드를 대필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홍모 씨/경매장 사장 : (고령이신 분들) 손으로 저희가 써 드리죠. 뭐, 그런 것까지 불법이라고 한다면 할 수 없겠지만…]

업자들이 오히려 자신을 속이거나 팔았다고 주장합니다.

[홍모 씨/경매장 사장 : 뭐, 제 이름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다 아니까 과시하거나 이런 용도로 언급하지 않았을까요?]

이 경매장에서 밝힌 1회당 중개수익은 약 700만원.

지금까지 열린 경매만 1000회가 넘어, 거둔 수수료만 수십억에 달합니다.

지자체와 경찰도 홍씨 경매장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권유림/비글구조네트워크 고문 변호사 : 마치 정상적인 곳에서 출생한 것처럼 위조를 해서 교부를 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VJ : 장지훈·한재혁 / 영상디자인 : 김현주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리서처 : 고선영·김지현·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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