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복합업무단지 조성 ‘착착’… K실리콘밸리 ‘부푼 꿈’ [지방기획]

오상도 2023. 7. 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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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탑동밸리’ 윤곽
2026년 준공 목표… 1900억 경제 효과
市 “투자한 기업에 최고 5억 인센티브”
바이오·AI·반도체 첨단기업 3곳 이어
年2000억 매출 우주일렉트로닉스 유치
미래 성장동력 ‘바이오 클러스터’ 속도
道와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 공조도
 #.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할 겁니다.” 지난 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탑동 이노베이션 밸리’ 설명회에선 수원시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탑동밸리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의 미래를 첨단경제도시로 바꾸겠다”며 “120만 대도시의 교통 요지로 기업을 모신다”고 말했다. 그는 “탑동밸리는 하루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니다”라며 “10년 전 부시장 시절부터 농촌진흥청이 떠난 자리를 매입해 도시설계전문가의 노하우로 미래를 설계했고, 시장이 돼 1호 공약인 기업유치를 향해 달렸다”고 강조했다. 탑동밸리 개발사업은 수원도시공사가 권선구 탑동 일원 26만8818㎡ 부지에 건설하는 첨단 기업 중심의 복합업무단지 조성계획이다. 민선 8기 역점 사업으로 연구·개발(R&D)시설과 지식산업센터, 스마트 제조시설, 판매·근린생활·의료시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이 시장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시작”이라며 “경제특례시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수원에 기업의 꿈을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 “새로운 ‘우주’가 수원에 연결됩니다.” 지난 4일 이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연 매출 2000억원의 ㈜우주일렉트로닉스 본사가 수원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고 알렸다. 이어 “민선 8기 2년의 첫걸음을 기업유치로 내디뎠다”면서 “네 번째 주인공은 삼성과 애플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1위 모바일 커넥터 제조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빛나는 미래가 될 ‘기업하기 좋은 도시’ 수원과의 연결”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이 시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1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시작으로 올 3월 ㈜포커스에이치앤에스, 4월 ㈜인테그리스의 국내외 3개 기업과 대규모 투자협약을 교환한 바 있다. 바이오·인공지능(AI)·반도체의 첨단 기업 본사나 연구소를 수원시로 끌어오는 내용이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윤곽, 경제특례시 도약

민선 8기 2년 차를 맞는 수원시가 경제특례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해 일찌감치 ‘특례시’ 지위를 얻은 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복안이다.

20일 수원시에 따르면 최근 시의 핵심 과제로는 기업유치와 규제 재조정, 국제공항 건설, 특례시 권한 확보 등이 떠올랐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란 구호를 앞세운 행보는 시민이 주인공이라는 시정 철학에서 비롯됐다.

첫손에 꼽히는 ‘수원의 꿈’은 첨단 기업들로 채워진 복합업무단지 조성이다. 이를 위해 탑동밸리는 지난달 말 개발계획 고시를 마쳤고 내년 상반기 실시계획인가가 예정돼 있다.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삼았다.
이곳은 첨단업무 용지 13만2000㎡, 복합업무 용지 3만3000㎡, 기반시설 용지 9만9900㎡로 이뤄졌다. 인근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지까지 포함하면 애초 계획보다 2∼3배 크기로 확대된다. △풍부한 인력과 주거 환경 △첨단 산업과의 접근성 △녹지 인프라와 역사·문화·편익 시설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예정대로라면 캠퍼스형 업무 공간과 복합커뮤니티 공간, 트램 등 교통수단과 지하 도로를 갖춘 입체도시가 들어선다. 반경 6㎞ 안에 당수 1·2지구, 이목·진안지구 등이 개발돼 주택 12만호가 공급될 경우 직주근접의 환경까지 갖춘다고 시는 덧붙였다. 2028년 개통하는 광역급행철도(GTX)-C노선과 국철 1호선, 신분당선, 수원분당선, 신수원선 등도 입지 여건을 끌어올릴 요인이다. 여의도·강남·삼성전자(평택·고덕)까지 30㎞, 평택항 40㎞, SK하이닉스(이천) 40㎞라는 접근성 덕분이다. 시 관계자는 “탑동밸리는 800여명 고용창출 효과와 19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고양∼평택까지 이어지는 바이오 클러스터와 시흥∼화성의 미래차 벨트, 용인∼평택의 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와 생활 분야에서 새로운 수원의 청사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고 소상공인과 청년을 지원하며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는 최근 첨단 기업유치를 위해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최고 5억원까지 주도록 조례를 개정했고, 기업과 대학의 연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5개 대학과의 상호협력도 맺었다.
◆소상공인·청년 지원↑… 국제공항 건설 촉각

시는 미래 핵심 동력인 광교 바이오 클러스터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광교지구를 거점으로 대학과 병원, 기업의 집약과 연계가 핵심이다. 이미 연구중심병원인 아주대의료원 등 종합병원들과 농우바이오, CJ블로썸파크 등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글로벌 R&D 센터까지 입주하면 의료·제약 선도기업들이 집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는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모자란 새싹·중소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수원기업새빛펀드’도 올해 말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가 출자한 100억원의 2배인 200억원 이상을 지역 기업에 투자해 성장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연중 발행되는 지역화폐 ‘수원페이’는 소상공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소비자와 상공인의 상생을 위해 지난 5월 진행한 ‘새빛세일페스타 수원’에는 전통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 소상공인 등 166개 단체와 점포가 참여했다.

경제특례시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청년이다. 시는 고용과 주거, 자산 형성 등 청년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최근 공식 출범한 시 청소년청년재단의 수혜대상을 만 34세 청년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수원형 청년정책도 궤도에 올려 청나래(면접정장 대여)·청카드(교통비 지원)와 창업 인큐베이터 등의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시민참여 네트워킹은 이 같은 움직임의 토대가 됐다. 시민 누구나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시정에 참여하도록 모바일 앱 중심의 플랫폼 ‘새빛톡톡’을 이달 1일 공식 출범하고 온라인 민주주의 구현에 나섰다. 제안토론, 설문·투표 등의 게시판에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시민이 댓글로 의견을 첨삭하며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양질의 제안은 적정성 등을 따져 정책으로 채택된다.
시는 경기국제공항 건립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도의회가 숙원사업인 수원 군 공항 이전과 별개로 추진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며 잠시 벽에 부딪혔지만 ‘경제 파이’를 키우기 위한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앞서 경기도와 수원시는 2017년 국방부가 수원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화성 화옹지구에 민간 공항을 함께 신설해 경기 남부지역 특화산업인 반도체 수출공항으로 이용한다는 복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은 “수출 물류 공항이라는 점에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공조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수원시장.
◆이재준 수원시장 “경제·생활·돌봄특례시 가속… 위대한 시민들과 꿈 이룰 것”

“이청득심(以聽得心)으로 시민과 함께하며,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최근 취임 1년을 맞은 이재준 수원시장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태도로 민심에 귀 기울이며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첫손에 꼽았다. 민선 8기 4년의 여정을 사계(四季)에 빗대어 이제 봄을 지나 막 여름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이 시장은 20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경제·생활·돌봄특례시의 토대 위에 수원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할 일이 많고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지만 시민이 함께 해주신다면 해낼 수 있다”며 “위대한 시민과 함께 수원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수원에서 당선된 첫 무연고 시장이다. 도시공학자 출신으로 정무부시장을 지낸 그가 학연·지연·혈연으로 뭉친 지역사회의 높은 벽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시장은 “시민과의 소통 덕분”이라며 “불도저처럼 밀고 가는 게 아니라 공무원·시민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 기울였다. 탄탄한 행정력과 지속가능한 정책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재준 수원시장.
이 시장은 지난해 7월1일 새벽,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자 한 치의 고민 없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옹벽붕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후에는 기업유치와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달려왔다.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탑동 이노베이션 밸리 조성에 대해선 “수원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교통이 좋으며 인재를 공급할 유수의 대학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세수를 확보해야만 한다”며 “제정된 지 40년이 지난 수정법을 몸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원시는 지난 20여년간 재정자립도가 반 토막이 났고, 이는 다른 과밀억제권역 지자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역차별을 막기 위해 이곳 기업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율부터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마지막으로 “기업이 활성화되는 경제특례시, 마을 공동체의 따뜻한 돌봄으로 소외되는 사람 없는 돌봄특례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수원특례시가 되길 연초에 기원했다”며 “응원해주신 시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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