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아기라 버렸는데, '현남친'과 혼인한 점 참작한 법원

한겨울 숲에 생후 3일 된 아기 유기한 친모, '집행유예' 석방

지난 1월 20일 강원 고성군 호수 둘레길에서 갓난아이를 발견한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아이를 안고 있다. / 사진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고 호숫가에 버린 20대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선처로 석방됐습니다.

인천지법은 20일 선고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3)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5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 20일 강원도 고성군 한 호수 둘레길에 생후 3일 된 아들 B 군을 버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강원도에 놀러 갔다가 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영하 0.5도의 추위 속에 유기했습니다.

저체온으로 발견된 B 군은 복지시설로 옮겨졌으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출생신고와 가족관계 등록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갓 태어난 신생아는 본인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데 유일한 보호자가 이런 행동을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본인이 스스로 양육하기 어려웠다면 여러 방법으로 아이를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양육하게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모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자체가 살인미수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죄질이 좋지 않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본인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데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이런 행동을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거듭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행인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고 살인미수에 그쳐 다행"이라면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친부와 결별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생활하던 중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고, 피고인의 어려웠던 사정을 대부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남자친구와 혼인했다"며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부분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친모로서 보호해야 할 생후 3일밖에 안 된 아이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