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학원비 내는데 영상강의 들어라?…‘콩나물 학원’ 단속에 ‘2부제’ 꼼수
‘수백명 강의’ 어려워지자
현장 강의와 영상강의 병행
당국 눈치보며 교습비도 낮춰
2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 유명 입시학원에 속한 강사들 다수가 여름 파이널 개강을 앞두고 ‘2부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실을 두 개로 나누어 한 교실에서는 현장강의를 진행하고 다른 교실에서는 같은 내용의 라이브 영상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장강의를 한 번 들으면 온라인 영상강의를 한 번 듣는 식으로 번갈아가며 수업을 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 강의실당 최대 수용인원 135명’이라는 당국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대치동 A 입시학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한 강사는 지난 14일 개강한 파이널 수업 3주를 기준 수강료를 기존 24만7500원에서 12만7000~18만3500원 사이로 인하했다. 현장강의를 1번 듣고 라이브 영상강의를 2번 듣는 회차는 12만7000원을 납부하고, 현장강의를 2번 듣고 라이브 영상강의를 1번 듣는 회차는 18만3500원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현장강의는 1회 8만원, 라이브 영상강의는 1회 2만3500원으로 책정한 결과다.
대치동 B, C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또 다른 인기강사 역시 지난 13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2부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수강료도 인하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다만 실시간 영상강의를 병행하는 수업에 대한 교습비 단가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 수강료 인하 의무는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보습학원의 경우 영상강의 단과가 더 낮게 책정되어 있지만 입시학원은 이 같은 기준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코로나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강의가 늘면서 보습학원의 경우 지난해 영상강의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면서 “입시학원은 기준이 따로 없어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몇몇 강사들은 2부제 수업으로 전환하면서도 수강료 인하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D 학원은 지난해 2부제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강료를 그대로 받았으나 올해는 일부 과탐과목이 개강날까지 수강료를 책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D학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한 강사는 개강 다음날인 16일 안내 문자를 보내고 소폭 인하한 금액으로 교습비를 안내했다. 해당 강의의 교습비는 3주 기준 16만3500원으로 결정됐다. 기존에는 교습비가 4주 기준 26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주 기준 19만5000원에서 16만3500원으로 교습비를 소폭 인하한 셈이다.
반면 일부 과탐 과목은 교습비에 대한 안내 없이 그냥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2부제 전환’ 움직임을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D학원의 수업을 듣는 한 수험생은 “원래도 강의실이 너무 크고 앞자리 경쟁이 치열해 절반은 뒤에 앉아서 모니터로 강의를 시청했다”며 “수강료가 인하된다는 얘기도 있고 항상 뒷자리에 앉던 나도 실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강사들은 2부제 전환 대신 강의 자체를 늘리고 강의실 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 규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모양새다.
A 입시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한 강사는 ‘2부제 수업’을 진행하는 대신 기존 수업을 2개로 나누어 진행한다고 밝혔다.
D 입시학원에서 사회문화를 가르치는 한 강사는 ‘2부제 수업’을 진행하지 않지만 수업료를 소폭 인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강의실 단위면적은 135제곱미터 이하로 되어야 하고, 1제곱미터당 수용인원이 1명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한 강의실당 최대 수용인원은 135명이다.
대형 입시학원에서는 수강생이 몰리는 인기강사의 수업에 대해 강의실 여러 개를 연결해 수백명의 학생들을 수용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최근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방식의 수업이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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