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도' 폭염 속 에어컨 없이 기내에 갇힌 승객들···"최소 5명 실려가"

[서울경제]

미국의 한 공항 활주로에서 여객기 이륙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기내에서 4시간가량 대기하다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기온은 섭씨 44도가 넘는 폭염이었던데다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NBC,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애틀랜타로 향할 예정이던 델타항공 여객기에서 이륙 전 승객 일부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당 여객기의 이륙이 3~4시간가량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기내에서 대기하던 중 벌어진 일이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당시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기온은 화씨 111도(섭씨 약 43.8도)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기내 온도도 높은 상태였지만 에어컨은 가동하지 않았다.

열기로 가득한 기내에서 4시간가량을 기다리던 승객들 가운데 일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야 했다.

여객기가 게이트로 돌아간 뒤에도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시 기내에 있던 승객들은 산소통을 들고 다니는 승무원을 목격했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구급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자리에 앉은 채로 대기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의 현장 프로듀서인 크리스타 가빈도 이 여객기에 탑승했다. 그는 사건 당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치게 하는 경험"이라고 기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목격담에 따르면 최소 5명이 들것이나 휠체어에 실려 나갔다.

이어 “승객들에게는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권을 줬는데, 그럴 경우 다른 비행기를 타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공지해 많은 승객이 비행기에 남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무원까지 쓰러지는 사태에 이르자 결국 항공사 측은 항공편 취소를 결정했다. 이 여객기의 이륙이 오랜 시간 지연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델타항공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해당 여객기에 탑승한 고객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불편을 겪을 만큼 기내 온도가 높아졌던 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은미 인턴기자 savou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