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 대표 “국내 최초 AI 챗봇 개발… 자연어 처리 기술 결합 새 영역 개척” [심층기획-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이지민 2023. 7.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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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 ‘엘젠’ 김남현 대표
2016년 공기관 민원상담용으로 구축
성공 가능성 확인 AICC 등 사업 확장
음성인식 접목 스마트 키오스크 주목
광주시와 협약 후 지역에 300대 설치
4월 음성 노트앱+챗GPT ‘AI노트’ 출시
B2C 겨냥 통역·음성 메모 등 기능 집약
2025년 코스닥 상장 목표 투자 유치 총력
“3년내 대한민국 대표 AI플랫폼사 목표”

“농업혁명, 산업혁명 다음이 인공지능(AI)혁명이죠. 2016년 국내 최초 AI 챗봇을 개발하고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챗GPT 출시 이후 ‘되겠다’는 확신이 커졌습니다.”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남현 엘젠 대표는 2014년 AI 스타트업 엘젠을 설립한 배경 등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남현 엘젠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음성 기반 노트 앱에 챗GPT를 적용한 ‘AI노트’를 시연하고 있다. 4월 출시한 AI노트는 AI통역, 음성 메모, 스케줄 관리 등 기능을 집약한 앱이다. 최상수 기자
2016년 대구광역시에 만원상담 챗봇 ‘뚜봇’으로 회사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스마트 키오스크, AI컨택센터(AICC)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AICC는 콜센터로 불리는 고객센터에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엘젠은 AICC를 주축으로 올해 일본 진출과 매출액 100억원에 도전한다.

해병대 정보통신 장교 출신인 그는 2001년 대위로 전역한 뒤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했다. 해당 기업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전자정부 사업을 깊게 들여다보게 됐고, 2014년 11월 창업에 나섰다. 그는 “당시만 해도 AI 관련 기업이 열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였다”고 했다.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을 고객사로 겨냥했다. 2016년 전국 최초로 대구광역시 두드리소(대구시 민원콜통합시스템)에 구축한 민원상담 챗봇 뚜봇을 성공시키며 김 대표는 가능성을 엿봤다. 그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국이 맞물려 화제성도 컸다. 뚜봇 덕에 ‘AI 스타트업의 조상’이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다.
창업 이후 가장 힘든 순간도 뚜봇과 관련됐다.

김 대표는 “엘젠이 뚜봇 구축 1단계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2단계와 3단계 사업자 선정 당시는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회상했다. 창업 3년이 지난 2017년이었다. 스타트업계에서 창업 3년에서 7년 사이를 일명 ‘데스밸리’(초기 창업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뒤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기간)로 일컫는 이유가 있었다.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키오스크가 돌파구가 됐다. 2019년 1월 스마트 키오스크를 롯데시네마에 설치해 주목받았다. 스마트 키오스크는 고객의 음성을 알아듣고 영화 예매부터 팝콘 등 식음료 주문까지 처리해 낸다. 지난해에는 광주광역시와 협약을 맺고 광주 지역 경로당과 송정역 인근, 북구 금남지하상가 등에 300대를 설치했다. 김 대표는 “광주 찍고, 서울, 그리고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3년 뒤에 2026년까지 2만5000대까지 확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엘젠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스마트 키오스크와 더불어 AICC도 매출액의 30%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계 글로벌 기업인 트랜스코스모스(TCK)가 든든한 파트너다. TCK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전문회사로 다이슨코리아, 벤츠, BMW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TCK가 제공하는 AICC에 엘젠의 기술이 들어가 다이슨코리아에서 이를 이용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다이슨재팬에도 TCK를 통해 AICC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젠은 음성 기반 노트 앱에 챗GPT를 적용해 올해 4월 ‘AI노트’를 출시했다. 스마트 키오스크나 AICC가 기업 간 거래(B2B)라면 AI노트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겨냥해 AI통역, 음성 메모 등 기능을 집약한 앱이다.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김 대표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료 앱인데 현재 사용자가 3만명을 넘었다”며 “당장 AI노트로 발생하는 매출은 없지만 앞으로 엘젠의 성장동력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엘젠은 누적 투자액 30억원, 지난해 매출액 76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 30명으로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김 대표의 꿈은 작지 않다. 그는 “구글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이 되는 게 최종 목표”라며 “3년 안에 AI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올해 매출액 100억원 돌파가 목표다. 올해와 내년 추가로 투자를 유치해 2025년 코스닥 상장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계 투자 빙하기를 돌파할 수 있게 금융권이나 정부에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 건수(998건)와 금액(7조3199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1.5%, 68.3% 줄어든 규모다.

그는 “투자 유치는 끝나지 않는 숙제”라며 “금융권이 비 올 때 우산을 훔쳐가는 게 아니라 우산이 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기업인들이 나라를 살린다고 믿는다”며 “금융 지원을 포함해 노동 관련 규제 완화 등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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