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추모 ‘검은 리본’과 조화에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어”…또다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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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교사들이 검은 리본 등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이들은 "죄송하지만 지금은 아이보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보인다", "학교에서 죽지 않으면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 23살 사회 초년생 교사분에게 이 정도 예의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과정 또한 아이들이 배워야 하고 지나가야 하는 문제여서 추모는 필요하다고 본다" 등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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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교사들이 검은 리본 등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서이초교 앞에는 조화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모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부모의 항의가 나오면서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게 학부모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카톡 프로필 사진 바꿨는데 바로 (학부모한테) 문자 왔다”며 프로필 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프로필 사진에는 검은색 리본과 함께 ‘23.07.18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글쓴이가 같이 올린 문자 메시지에는 “이른 아침에 죄송하다. 다름 아니고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린데 선생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큰 영향을 준다는 거 아시죠?”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사실관계도 판명 나지 않은 일로 이렇게 추모한다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린다”며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추모하는 마음도 표시하면 안 되냐. (아이들한테) 언급할 생각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 아래에는 문자를 보낸 학부모라면서 “학부모 회의에 올리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블라이드에 글을 올린 이 뿐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카카오톡 등의 프로필 사진을 검은 리본이나 국화 등으로 바꿔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학교 앞에 조화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평범한 학부모’라고 소개한 A 씨는 한 맘카페에 ‘부디 화환과 꽃다발을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저 역시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학교로부터 어떤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고 제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이 아침 이미 길가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는 기자 양반들, 유명한 유튜버분들 그리고 아름답지만 너무 슬픈 근조 화환을 뚫고 제 아이를 어떻게 등교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A 씨는 “국화꽃을 놓는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 학교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슬픈 일이 생긴 곳인 동시에 또한 어떤 어린이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에게 부디 조금의 시간을 달라. 어른들의 급한 슬픔으로 어린이들의 생활공간을 덮지 말아 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가득 덮고 있는 근조 화환의 크기가 우리가 느끼는 슬픔의 크기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근조 화환을 멈춰달라는 것이 애도를 멈추라는 뜻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글을 본 맘카페 회원들 다수는 A 씨가 자기 아이만 생각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죄송하지만 지금은 아이보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보인다”, “학교에서 죽지 않으면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 23살 사회 초년생 교사분에게 이 정도 예의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과정 또한 아이들이 배워야 하고 지나가야 하는 문제여서 추모는 필요하다고 본다” 등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일자 글쓴이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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