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숨진 이유 밝혀야"…'민원·업무 과다' 호소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사건 경위부터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관련 보도는 어제 밤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사건이 발생한 건 그제였죠?
금창호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 지난해 3월 임용된 1학년 담임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게 그제(18일) 오전입니다.
이 학교 교직원이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건 현장을 본 학생들은 없었고요.
학교에서는 해당 교실을 사용하지 않도록 1학년 학생들의 수업 장소를 과학실로 옮겼습니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입장을 종합하면 일단은 극단 선택으로 추정이 되는데,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에 대해선 밝혀진 바 없고, 아직 수사 중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단 숨진 장소가 학교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업무와 사망 간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극심한 민원이 있었다,
혹은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 이런 추측도 나오고 있죠?
금창호
그렇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망한 교사가 원치 않는데도 1학년 담임교사와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내용입니다.
또, 최근 이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고, 특정 학부모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단 얘기도 나왔습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접촉한 이 학교 동료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학생 한 명이 같은 반 학생에게 이마를 연필로 긁히는 사건이 있었고 피해 학생 학부모가 사망 교사를 찾아왔습니다.
이때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라고 따지며 강하게 항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학교 측이 오늘 입장문을 냈는데요.
먼저, 고인이 담당한 일은 학폭업무가 아닌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학년 담임 역시 고인이 원했던 일이고 이 교사의 반에서 올해 신고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원 제기 학부모나 그 가족이 유력 정치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었는데, 학교 측은 온라인상에서 거론되는 정치인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대처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입장이 있습니까?
금창호 기자
네 일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인과 유가족에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이번 사건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족들이 허락한다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확한 사망원이니 밝혀지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잘못된 내용이 유포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한 일도 있었죠.
조 교육감은 이 일을 함께 언급하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도전받지 않게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교육부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긴급하게 부총리님께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협의 토론과 시도교육감협의회 그리고 국회 교육위위원회 그리고 교육부에 공동 논의 테이블을 구성할 것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여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 부총리는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며 "교권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학교 측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을 내놨고, 교육당국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는데, 현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금창호 기자
일단, 고인이 학교 안에서 숨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늘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교사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외삼촌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사망 교사 유가족
"학부모의 갑질이 됐든 악성 민원이 됐든 과도한 업무스트레스가 됐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 입장문 내용보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그렇다면 왜 사회초년생이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했는지 거기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안되는거 같다."
교사 단체들의 기자회견은 오후 2시부터 진행됐는데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그리고 교사노동조합연맹까지 규모가 가장 큰 세 단체가 연달아 추모행사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교사들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 역시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진상규명이었습니다.
교사노동조합 김용서 위원장은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넘어갈 사안으로 몰아가고 있다"며"몇 가지 증거수집만으로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는데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성국 회장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등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반드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추모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교사들의 분노도 큰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섭니까?
금창호 기자
제가 설명드리기 전에 오늘 오전 사건이 발생한 학교를 찾아 추모한 교사의 인터뷰 먼저 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경기도 지역 교사
"최근 2~3개월동안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있거든요 지금. 근데 저는 부장이고 그분은 담임인데 그분도 너무 힘들어하세요. (학부모한테서) 매일같이 전화가 와요. 한 번에 끝나지 않아요. 절대 한 번에 끝나지 않아요."
이번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공간에서도 '남일 같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만큼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최근, 교육활동을 하면서 송사에 휘말리거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는 교권침해로 정신과 상담을 받은 교사는 26.6%였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적이 있다는 교사도 6%에 달했습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권침해 사건을 매년 신고받고 있는데, 올해 신고된 교권침해 관련 소송과 행정절차 87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관련 법적 다툼이었습니다.
신규교사나 기간제 교사에 기피 업무가 몰리는 일도 빈번한데요.
지난 4월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중고교 학폭 책임교사 6천여 명 가운데 26.5%가 기간제 교사였고 22%는 5년차도 되지 않은 저연차 교사였습니다.
이중 355명은 임용 첫 해 학폭 업무를 맡은 새내기 교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교사들은 자꾸 교단을 떠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퇴직한 교원 589명이 저연차 교사였는데 재작년에 비해 저연차 교사의 퇴직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고,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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