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못피운 내 아들” 20살 해병대 상병母, 영정만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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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을 몇번이나 해 어렵게 얻은 외동 아들이었다.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 부모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또다시 무너져내렸다.
채 상병 모친은 한 총리에게 "군인들 안전을 신경 써달라. 우리나라는 꼭 사고가 나고서 수습하는데, 그게 무슨 큰 효과가 있느냐. 꽃도 못 피운 아들을 보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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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시험관 시술을 몇번이나 해 어렵게 얻은 외동 아들이었다.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 부모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또다시 무너져내렸다.
20일 오후 3시께 채 상병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모친은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라며 절규했다. 모친은 아들의 영정 사진이 놓인 곳으로 한동안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그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손을 붙잡고 한참 동안 눈물만 흘렸다.
모친은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아요…"라며 연신 고개를 젖혔다. 그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뒷수습만 하냐고요"라며 "미리미리 좀 안전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잖아요"라고 울분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우리 아들을 허무하게 가게 하셨어요"라고 오열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채 상병은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1학년을 마치고 지난 5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의 부친은 1996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아내와 결혼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 채 상병을 얻었다고 한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 사령관은 끝내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체육관인 김대식관에 모친의 절규가 울려 퍼지면서 빈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채 상병 부친은 굳은 표정으로 아내의 옆을 지켰다. 자신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는 듯했다.
채 상병의 친인척들도 빈소에 도착한 뒤 출입구에 별도 설치된 채 상병의 영정사진을 발견한 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모와 고모로 보이는 이들은 사진 속에 담긴 채 상병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이고, 아이고"라며 연신 통곡했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던 친인척들은 해병대원들의 부축을 받고 가까스로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
슬픔에 잠긴 일반 조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빈소는 해병대가족모임, 해군참모총장,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 보낸 화환과 조기로 가득 찼다.
채 상병 가족과 같은 아파트에 살며 모임을 한다는 공풍용씨는 헌화하며 "엄마한테 소고기나 보내지 말지, 야 이놈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공씨는 조문 전 취재진과 만나 "채 상병이 최근 자대 배치를 받고 엄마 생일이라고 투플러스 한우를 선물로 보냈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회의원(경북 포항시 북구) 등 정치권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 총리는 채 상병 부친 손을 잡은 채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채 상병 모친은 한 총리에게 "군인들 안전을 신경 써달라. 우리나라는 꼭 사고가 나고서 수습하는데, 그게 무슨 큰 효과가 있느냐. 꽃도 못 피운 아들을 보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수해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해병대는 채 상병을 일병에서 한계급 추서 진급시켰다. 그의 영결식은 오는 22일로 예정됐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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