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 “현장 일찍 갔어도 바뀔 건 없어” 발언 해명···“자책·안타까움 표현한 것”

손봉석 기자 2023. 7.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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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합동분향소에서 보인 말과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 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는 유가족의 심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발언을 두고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영환 지사는 충북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재해 상황의 총지휘권자이자 책임자이다. 책임자를 밝히겠다는 건 자신의 책임은 뒤로하고 모든 걸 실무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김 지사의 해명도 논란이 됐다. 김 지사는 “거기에 (일찍)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오송 사고 발생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 44분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괴산댐 월류 현장을 들렀다가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오송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지하차도가 완전 침수된 지 약 5시간이 흐른 뒤다. 김 지사는 현장에 도착하기 1시간여 전까지도 정확한 실태를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지휘권자가 재난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도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김 지사 해명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 지사는 취재진과 만나 “‘책임자를 밝히겠다’고 한 발언 속 책임자는 나를 포함한 우리(공무원) 모두를 지칭한 것으로 의미 전달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 관련 발언에 대해선 “내가 현장에 일찍 가서 지휘·통제·구조 등을 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그렇게 하지 못한 것과 대형참사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김영환 지사는 미호강이 범람했는데도 궁평2지하차도 교통을 통제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는 여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사장에게 취재진들이 심경을 물었지만, 말없이 차에 올랐다.

이 시장은 여론에 압력이 이어지자 이날 오후 ‘시민과 유가족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내고 “이번 폭우로 희생된 유가족과 피해를 입은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지역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충북도 등과의 책임 논란에 대해선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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