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너무 심해…퍼펙트 스톰 온다 vs 버블에 올라탈 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7.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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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강세장은 우려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하는데 최근 미국 증시에선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 지수(CPI) 상승률이 3%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과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경제가 호조세를 계속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잦아들었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면서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골디락스로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S&P500지수가 19%, 나스닥지수가 37%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고조되며 투기적 거래는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기술주가 사상최고치를 향해 가던 2021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나스닥지수는 2021년 11월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폭락했고 S&P500지수는 지난해 1월 첫 거래일에 사상최고치를 찍고 추락했다.

밈 주식-암호화폐까지 폭등
우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밈 주식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솔액티브 라운드힐 밈 주식 지수에 연동돼 움직이는 밈 ETF는 올들어 67% 급등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밈 ETF가 보유한 상위 종목들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라이엇 플랫폼(올들어 458% 급등), AI(인공지능) 대출 플랫폼인 업스타트 홀딩스(342% 급등),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211% 급등), 전기차회사인 리비안 오토모티브(35% 상승), 온라인 중고차 거래업체인 카바나(1077% 상승) 등이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비트코인도 올들어 81% 상승했다.

증시 변동폭 축소, 평온한 투자자
기술주, 밈 주식, 암포화폐 등이 일제히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시엔 불안감이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14 이하에서 거래돼 투자자들이 현재 상태를 편안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VIX는 주가 하락에 대비한 옵션 가격을 측정하는데 20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옵션 수요가 극히 미미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CBOE 글로벌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대비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풋옵션의 비율은 지난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올들어 증시가 조금씩 꾸준하게 올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CBOE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일일 변동폭은 2021년말 이후 가장 작다.

개인 투자자, 낙관 심리 고조
증시가 별다른 조정없이 상승세를 지속하자 렐리에 더 이상 소외될 수 없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결합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 심리는 2021년 11월 수준으로 높아졌다.

전미 개인투자자협회(AAII) 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내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최근 40%를 훌쩍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 심리는 향후 6개월 내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 심리를 6주 연속 웃돌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장기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시간대학의 7월 소비자 심리지수 속보치는 72.6으로 전달 64.4에 비해 훌쩍 뛰어올랐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이자 2005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비드 와그너는 연준이 지난 3월 은행 시스템을 구제한 이후 투자자들이 걱정할 일이 줄었다며 "이 랠리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큰 리스크가 다시 등장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낙관은 위험 신호
이처럼 시장에 낙관론이 고조되자 역발상 투자자들은 퍼펙트 스톰이 형성되고 있는 징조라고 지적한다.

나스닥지수가 사상최고치를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 11월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 심리가 지금처럼 높았고 콜옵션 대비 풋옵션 비율과 VIX는 지금처럼 낮았다는 설명이다.

PNC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만다 아가티는 "FOMO 심리가 너무 강해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바닥이 확인되는 마지막 순간에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론이 고조됐다고 증시가 금세 하락세로 방향을 트는 것은 아니다. 낙관론으로 인한 버블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버블에 동참할 때?
실제로 씨티그룹의 전략가인 한나 쉬츠는 18일 보고서에서 올들어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인 미국 기술주가 지난 5월에 공식적으로 버블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주가 버블 상태에서도 당분간 랠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버블에 동참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40년간 28개 섹터의 버블을 분석한 결과 기술주는 통상 버블 신호가 처음 나타난 후 6개월간 시장 평균 대비 6.4%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냈고 16개월 후에 최고 수익률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런 버블은 평균적으로 거의 2년 동안 지속됐다.

그는 "역사적으로 기술 버블은 23개월 동안 부풀어 오른 후 꺼졌다"며 "첫 버블 신호 후 최고 수익률을 계산하면 역사적으로 중간값은 시장 평균 대비 23.3%포인트 더 높았으며 최고 수익률에 도달하는 시기는 평균 16개월이었다"고 밝혔다.

쉬츠는 버블 신호가 나타나 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이 때 하락은 매수 기회라는 점도 지적했다. 또 "AI(인공지능) 버블은 2000년 닷컴 버블에 비해 여전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술기업의 순이익 성장률은 버블 신호 이후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며 모든 섹터의 버블은 일반적으로 더 광범위한 증시 상승세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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