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문에 풀린 16년 미제’ 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해범 2명 징역 30년

쪽지문에 풀린 16년 미제로 남았던 ‘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해’ 사건 당사자인 40대 남성 2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누구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피고인들이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이 사건 이전에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해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20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과 공범의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범행으로 인한 결과가 중대하고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며 두 사람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두 사람은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쯤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사망 당시 43세)를 흉기로 17차례 찔러 살해한 뒤 현금 6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시신을 현장에 방치한 이들은 앞서 기사를 흉기로 위협하며 택시까지 훔쳤고, 2.8㎞ 떨어진 미추홀구 한 주택가로 이동해 차량에 불을 지른 후 달아났다.

재판부는 “40대 남성은 ‘사건 발생 당일 범행 현장에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수사 과정과 유전자 정보 감정 결과 등을 보면 의심의 여지 없이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에 체포된 이후 진행된 DNA 검사에서도 피해자 택시 안에서 발견된 혈흔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도 범행을 함께 계획했지만 살인은 같이하지 않았다”는 공범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는 법원은 “부검 감정서를 살펴본 의사는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피해자를 제압하고 흉기로 찌르는 등 역할 분담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인천의 대표적 장기 미제였던 이번 사건은 2016년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수사 기록과 현장 자료 등을 면밀히 재분석했다. 압축시킨 의심 차량 990대의 전·현 소유주 2400명을 직접 만나는 한편 택시에 불을 지르며 쏘시개로 쓴 차량 설명서 책자에서 쪽지문을 찾아내 감정, 올해 두 이들을 잇따라 검거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