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떠올랐지만 속절없이…주검으로 돌아온 스무 살 해병

윤두열 기자 2023. 7.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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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우에 실종된 주민을 찾다 물살에 휩쓸려 간 해병대원이 1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구명조끼 한 장 걸치지 못한 채 '맨몸수색'에 투입됐다 벌어진 일입니다. 스무살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살았을 텐데, 너무 원망스럽다"고 오열했습니다. 군은 뒤늦게 구명조끼를 입혔어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최고의 예우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모두 뒤늦은 조치일 뿐입니다. 오늘(20일) 뉴스룸은, 이번 폭우 속 일어난 또 하나의 비극적인 '인재'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 채수근 상병의 수색부터 발견까지의 상황을, 윤두열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시커먼 물 흐르는 강변엔 구급차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 건너에서 불빛 밝힌 구조대원들이 걸어 나옵니다, 들것을 들었습니다.

실종된 주민을 찾다가 강물에 휩쓸린 고 채수근 상병을 발견한 순간입니다.

실종 14시간 만인 어젯밤 11시쯤입니다.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구급차 나갑니다.]

채 상병이 발견된 지점은 실종 장소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실종 지점에서 6km 남짓 떨어진 고평교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바로 이 다리에서 실종 3시간 뒤 2차례 수색대원 눈에 띄었습니다.

유속이 빨라 구조하지 못했는데 결국 근처에서 발견된 겁니다.

멀리 갔을 줄 알고 수색 반경을 넓혔는데 마지막 목격 지점 400m 거리였습니다.

구조대는 채 상병을 근처 야외 경기장으로 옮겼습니다.

태극기로 시신을 덮었고 헬기가 해군포항병원까지 이송했습니다.

동료를 보내는 장병들은 헬기를 향해 마지막 경례를 했습니다.

빈소는 제가 나와 있는 해병대 1사단 안에 마련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동료 부대원들이 차례로 달려왔습니다.

빈소 바깥까지 울음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습니다.

[앵커]

해병대가 오늘 사과문을 냈죠.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먼저 유족에게 사과하고 병사들 안전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거창한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수륙양용차조차 운행이 힘든 물살 속으로 병사들을 맨몸으로 밀어 넣은 것 부터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구명 조끼와 최소한 안전 장비만 갖췄어도 이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숨진 채 일병,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됐습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싶은데, 유족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제 일병이 아닌 채수근 상병입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엄마의 울음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달라는 울음이었습니다.

[고 채수근 상병 어머니 : 어떻게 살라고…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만드냐고요, 항상.]

채 상병은 모레 영결식을 엄수한 뒤 전북 임실 호국원에 안장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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