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만 전략핵잠 온 와중…한미, '핵' 어떻게 협의하나?[안보열전]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정다운의>
[앵커]
국방, 외교, 통일 이슈를 좀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김형준 기자의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오늘은 핵무기, 살벌한 걸 들고 오셨네요?
[기자]
네,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가 합의했던 핵협의그룹, NCG 첫 회의가 그저께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이 회의 브리핑에서 미 해군의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 SSBN 켄터키함이 부산에 입항한다는 소식도 함께 알려졌는데요.
사실 핵무기라는 게 워낙 운용이 복잡해요. 그리고 인류 역사상 두 번만 쓰였던 무기다 보니까 위력이 아주 강하다, 말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핵협의그룹에 대해서 좀 자세히 다뤄보고자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단 이게 도대체 뭐고, 어떤 부분을 정확히 봐야 되는 건지 알려주세요.
[기자]
뉴스에서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한국을 지키겠다는 공약은 철통같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이걸 확장억제라고 합니다. 재래식 군사력과 핵 능력을 합쳐서 북한이 핵을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으니까 상황에 맞게 대응해서 북한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인데요.
근데 요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서 이 약속을 못 믿겠으니까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워낙 불안해하다 보니까 나온 게,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된 이 NCG입니다.
원래 미국은 핵 사용 작전계획에 대해서 동맹국하고 상의하지 않아요. 혼자서 계획을 짭니다. 이런 계획에 대해서 한국과 협의를 하고요, 우리 측의 의견을 일정 수준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입니다.
"한미 양측은 NCG가 북한 핵 억제와 대응을 위한 한미 간 핵심적 상설기구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보 공유, 협의 체계, 공동 기획 및 실행을 더욱 확대 심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 주에 그 NCG 첫 회의가 열렸다는 건데, 물론 첫 회의니까 아주 진전된 내용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좀 주목해 볼 만한 포인트가 있었나요?
[기자]
먼저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보안망으로 교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의제를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사실 핵은 최고 기밀 사항이거든요. 남북한 사이에도 뭔가 비밀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보안 회선이 몇 개 있습니다. 기존에도 한미연합군 통신망이 있지만 특히 핵 관련 사항은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수준의 기밀까지 상의할 수 있게 통신체계를 구축한다는 얘기는 시사점이 꽤 큽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 이번 NCG 회의에 참여했었죠. 브리핑에서 "NCG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미국 외교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와 확신이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핵에 대해 상의하려면 또 한미가 함께 시뮬레이션 훈련이나 연습도 해야 되고요. 전문성이나 실전 능력 등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되게 많대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핵 관련 장교와 전문가들을 미국에 파견해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핵 작전 시에 미국의 핵자산과 한국의 비핵, 그러니까 재래식 자산이 실제로 어떻게 합쳐져서 같이 작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 내용도 눈에 띄어요.
[앵커]
말만 들어서는 사실 막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진 않아요.
[기자]
이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예를 들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미국이 만약에, 그러면 안 되겠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꼭 미사일만 쏘는 게 아니라, 폭격기나 전투기가 투하 핵폭탄을 장착하고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선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폭격기 같은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방어 능력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호위 전투기가 필요한데 이걸 꼭 미 공군이 해야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 전투기가 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한반도에 B-52 폭격기가 전개됐을 때 그렇게 한 사례가 여러 번 있고요.
또 최근에는 핵보유국들이 전쟁에서 핵을 쓰지는 않지만, 핵으로 엄포를 놔서 재래식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요, 전술핵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서. 이걸 억제하려면 핵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도 같이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예요.
핵 사용 계획은 미국이 혼자 짭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근데 이럴 때 NCG를 통해서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미국의 핵 사용 계획에 어느 정도 동참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우리는 우리 생각이 있고, 미국은 미국 생각이 있겠죠? 그러니까 계획을 짤 때 우리 생각도 미국에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거죠.
[앵커]
이렇게 되면 뭐, 그냥 좋기만 한 거예요?
[기자]
비판점이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이 북한만 적으로 두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잠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동북아시아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우리가 미국,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일본도 함께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입니다.
"우리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서, 미국이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북핵을 핑계로 미국의 대중국 통합 억제력의 구축이면서 우리의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은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와, 나아가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굉장히 중요한 비판 지점 알려주셨어요. 이 와중에, NCG에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지금 부산에 말 그대로 핵폭탄을 탑재하고 있는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지금 들어와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에?
[기자]
네, 들어와 있습니다. 이틀 전 오후 5시쯤이라고 하는데,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 SSBN 켄터키함이 입항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새벽에 발사해서 550킬로미터를 날아간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다분히 이 잠수함을 노린 메시지라고 해석이 되는데요, 그게 왜냐면 발사 지점이 평양의 순안국제공항인데 거기서 부산까지 거리를 재면 딱 그 정도 나옵니다. 그래서 그걸 노린 메시지라고 해석이 되는 거예요.
이 SSBN은 한 척에 트라이던트 2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20발을 탑재할 수 있고요. 미군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정책이라고 합니다만, 상식적으로 실제 핵탄두가 탑재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앵커]
지금 핵탄두가 그 잠수함에 탑재가 돼 있다?
[기자]
네, 그게 상식입니다. 이 핵탄두가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가장 강력한 탄두가 W88이라는 탄두예요. 이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2배 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탄두 자체가 SLBM 한 발에 여러 개 들어갈 수가 있어요. 정확히 몇 발이 들어가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핵탄두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핵탄두가 탑재돼 있는 건 사실상 맞습니다. 그러니까 한 척만으로도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가 있는 거죠.
[앵커]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초토화될 만한 사이즈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럴 수도 있죠.
해군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입니다.
"미국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은 이미 한반도 인근 해역 수중에서 작전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또 출항 후 항상 인근 해역에서 미국 핵전력이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앵커]
지금 40년만에 들어온 거라면서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래요?
[기자]
1981년에 '로버트 리'라는 다른 SSBN이 들어온 게 마지막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SSBN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 기항하는 잠수함이 아닌데, 정세 불안이라든가 미국이 자국의 핵전력을 현시할 필요가 있을 때 타국에 전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이 그런 중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는 걸 암시하는 거네요?
[기자]
네, 워싱턴 선언에 보면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 of strategic assets)이라는 단어가 있거든요. 이거랑 연관이 있습니다.
[앵커]
이 부분에 대해서는요, 저희 본방송 끝나고 유튜브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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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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