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기하면 끝" 선취점→추격포→동점타, 10점차 뒤집은 17세 안방마님의 절절한 속내 [인터뷰]

김영록 2023. 7. 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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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금고 주전 포수 김우성. 마산고전 5타수 3안타 6타점. 김영록 기자

[신월=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제가 야구를 시작한지 10년 됐는데…이런 경기는 처음입니다. 저 자신도 놀랍습니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다른 팀, 다른 선수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아직도 '신생팀'이란 호칭을 떼지 못한 고교야구팀. 현역 프로야구 선배는 단 1명.

창단 8년차 물금고가 78년 청룡기 역사에 남을 드라마를 연출했다. 물금고는 2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16강전 마산고전에서 1-11까지 밀리던 경기를 14대12로 뒤집는 기적을 펼쳤다.

그 중심에 물금고 주전 포수 김우성(17)이 있었다. 2학년임에도 당당히 주전 마스크와 클린업트리오를 꿰찬 타선의 핵심이다.

이날 김우성은 1회초 선취점을 내는 적시타를 시작으로 4회말 경기의 흐름을 바꾼 3점홈런, 5회말 12-12 동점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까지 5타수 3안타(홈런 1) 6타점의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물금고는 3회에만 무려 11점을 내줬다. 마산고는 타자 일순으로도 모자라 무려 16명의 타자가 타석에 섰다. 물금고는 투수를 4차례나 교체한 끝에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물금고의 더그아웃은 축제 분위기였던 마산고와는 정반대였다.

20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마산고와 물금고의 16강전. 5회말 김우성이 동점 적시타를 치자 물금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0/

그리고 중압감에 짓눌려 잇따라 고개를 떨구는 투수들을 한층 더 안타깝게 바라본 이가 바로 '안방마님' 김우성이었다. 이날 마산고의 점수 대부분은 적시타가 아닌 밀어내기 사구와 볼넷, 폭투로 났다. 후덥지근한 날씨, 그는 포수 장비까지 찬 채 끝나지 않는 이닝을 버텨야했다.

하지만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경기전 선수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마라. 야구는 모른다. 끝까지 하면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모교이자 스스로도 마산고에서 수석코치로만 10년간 봉직하다 2015년 물금고 야구부 창단과 함께 지휘봉을 잡은 그다. 그는 "심판분들도 '5회 콜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내 평생에도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선수들 앞에선 그 떨림을 조금도 티내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김우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 팀의 안방마님이라서 끝까지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분 좋습니다"라며 웃었다.

20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마산고와 물금고의 16강전. 물금고가 10점의 점수차를 뒤집고 14대12 대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0/

"솔직히 진짜 쓰러질 뻔했어요. 그런데 팀원들이 서로를 위해서 한 약속이 있거든요. 끝까지 힘을 내서 서로에게 의지한 결과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쁩니다. 제가 야구한지 10년 됐는데, 이런 경기는 처음입니다. 이렇게 지는 경기도 뒤집을 수 있다는 걸 다른 야구하는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홈런의 '손맛'이 김우성에게 더욱 큰 용기를 줬다. 그는 "잘 맞았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넘어갔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감독님 말씀이 떠오르면서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승리로 가는 길은 마지막까지 험난했다. 5회부터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책임진 조동휘는 고교야구 공식전에 첫 등판한 1학년 투수였다. 지칠대로 지친 그는 9회초 첫 타자에게 사구를 내줬다. 하지만 물금고는 기어코 아웃카운트 3개를 추가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마지막은 좌익선상 잘 맞은 타구를 좌익수 고승현이 다이빙캐치로 낚아챘다.

20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마산고와 물금고의 16강전. 물금고가 10점의 점수차를 뒤집고 14대12 대역전승을 거뒀다. 9회말 2사 1루 마산고 성지백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좌익수 고승현.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0/

"슬로우모션 같았어요. (뛰어서 잡기까지)한 10초는 걸린 거 같아요. 잡고 나서, 이기고 나서 '와 이겼구나' 비로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야구에는 타임아웃이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말, 들어만 봤지 이렇게 뼈저리게 느껴본 건 처음이에요."

롤모델은 일본프로야구(NPB)의 카이 타쿠야(소프트뱅크 호크스)다. 미트에서 공빼는 속도가 빠르고, '카이 캐넌'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2루 송구도 강렬한 포수다. 김우성은 "같은 포수로서 닮고 싶은 점이 많다"고 했다.

물금고 출신 현역 프로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 1명 뿐이다. 김우성은 "지난 동계훈련 때 선배님과 함께 운동하면서 많이 배웠다"면서 "내년에는 청소년대표팀에 가고 싶다. 물론 프로에도 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20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마산고와 물금고의 16강전. 물금고가 10점의 점수차를 뒤집고 14대12 대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20/


신월=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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