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해체' 경제성 평가 2배~10배 널뛰기 … 시한 정해 끼워맞춰
세종보 해체 비용 대비 편익
조사시점따라 비정상적 격차
다른 장소 것 가져다 쓰기도
당시 국정과제 일정 맞추려
신뢰성 낮은 평가 밀어붙여
◆ 4대강 보 감사결과 ◆
문재인 정부가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금강·영산강에 설치된 5개의 '4대강 보(洑)'를 해체 및 상시 개방하도록 한 결정의 근거를 신뢰할 수 없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4대강 재자연화' 기한에 맞춰 평가 기간을 짧게 설정하면서 함량 미달의 근거를 '답정너'식으로 끼워 맞췄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2021년 3월)로 시작됐다. 정권이 바뀌며 2년4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4대강은 물 관리와 환경을 동시에 감안한 이명박(MB)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 정부 치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으면서 지류·지천 정비 등 후속 조치가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보수정권 치적 지우기 의도에 환경단체 입김이 더해지면서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지우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보 해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감사원이 이번에 중점적으로 지적한 사항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에 앞서 진행된 경제성 평가가 과학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위법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이다.
당시 보 해체를 결정하는 데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으로 이뤄졌다. 소요 비용보다 기대 편익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결론은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B/C 분석에서 미래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 자료를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보 설치 전'(2005~2009년) 측정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대규모 준설로 변한 하천 형상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수질 개선 편익의 지표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측정값이 난분해성 오염물질 유입으로 2007~2020년에 증가 추세를 보였던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 개방 후 자료 역시 개방 기간이 효과를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외부 영향의 보정이 필요했지만 보정은 실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평가 진행 도중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2019년 1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 3차 회의에서는 "모니터링 기간도 충분치 않고, 특히 영산강은 그 한계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난 수치를 가지고 값을 구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는 A위원의 발언이 나왔다. 다른 회의록엔 또 다른 위원이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때는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 대목이 등장한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보고한 만큼 이런 숱한 문제의 분석과 평가를 아무런 문제없는 듯 그대로 수행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비교 시점과 산정 방법에 따라 동일한 보(세종보)에서 B/C값이 10배가량 차이 나거나 음(-)의 값을 갖는 등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해체 후' 수질 상태가 '보 설치 전'과 같다고 보고,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를 사용해 산정한 값을 근거로 보 해체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분석 결과는 철저히 비공개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정책 포럼인 '사의재'는 입장문을 내고 "생태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던 4대강 사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수해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탈원전 보고서 조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평가 지연, 일자리 통계 조작에 이어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도 온갖 조작과 술수가 난무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 정도면 국정 조작을 넘어 국정 농단"이라고 맞받았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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