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빚 1347만 원 증가 ‘전국 1위’…취약차주 위험 점증

안세희 기자 2023. 7. 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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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짙어지는 ‘빈곤 그늘’ <2> 코로나 거치며 빚더미

- 작년 가구 평균 6698만2000원
- 집값 비싼 서울보다 더 많이 늘어
- 지역 경제 허약, 서비스업 위축
- 3년동안 빚 연명 자영업자 늘어
- 대출 상환시기 도래하면 벼랑 끝

코로나19 충격은 전국을 동시에 덮쳤지만 비수도권과 소상공인의 고통은 더 컸다. 부산의 금융부채 증가 폭은 전국 1위였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말 그대로 많은 가구가 ‘빚더미’에 앉은 것이다. 대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 격차에도 부산과 서울의 대출규모 차는 770여 만 원에 불과했다.

20일 부산 중구의 한 상가건물에 임대 문구가 부착된 채 텅 비어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산, 코로나 금융부채 증가 폭 1등

부산 사하구에서 샤브샤브집을 운영하는 A(50대) 씨는 코로나 시기였던 2020, 2021년에만 가게 운영을 위해 받은 대출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1년여 전쯤 장사를 시작한 A 씨는 가게가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가 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6명 가량이던 직원을 2명까지 줄이고, 가족을 총동원해가며 가게를 지켰다. 최저임금과 물가는 오르고 손님은 점점 줄어갔지만 가게를 접을 수는 없었다.

A 씨는 “인테리어비, 집기구입비, 권리금 등 초기 자본을 생각하면 폐업할 수 없었다. 정상적으로 운영만 했어도 지금쯤이면 투자금을 어느 정도 회수했을텐데 버티느라 빚을 많이 졌다. 코로나 시기 정부에서 자영업자 지원금도 수백 만 원 이상 받았는데 부족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손님이 많이 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20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산지역 전체가구 평균 금융부채가 6698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5번째로 많다. 가구당 금융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세종시로 9565만3000원이었다. 경기(8692만 원) 인천(8081만1000원) 서울(7472만4000원)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늘어난 빚의 규모다. 부산의 가구당 금융부채는 2020년 말 5351만 원에서 3년 동안 1347만2000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크다. 직전 3년(2017~2019년)과 비교해도 코로나 시기 부채가 눈에 띄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2017~2019년 부채 증가액은 795만2000원이었는데, 이후 3년과 비교하면 552만 원이 적다. 코로나 시기 부산 가계가 특히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조차 증가 폭은 각각 1080만7000원, 945만4000원으로 부산을 밑돌았다.

부채 급증 배경에는 역시 허약한 지역 경제기반이 꼽힌다. 코로나 때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 서비스 업종 등의 타격이 컸던 만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부산이 받은 충격도 컸다는 설명이다. 8대 특별·광역시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부산의 자영업자는 지난해 35만5000명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 직전인 3년 전과 비교하면 49%가 뛰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코로나 시기를 버틴 셈이다.

복지포럼 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대출 규모 급증은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부산 시민의 삶이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부실한 부산의 경제 구조가 코로나 충격을 받으면서 더 빠르게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도권은 절대적인 대출액 자체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부산과 격차가 1000만 원도 채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채 상환 도래… 부실 현실화 우려

코로나 대유행은 사실상 끝났지만 자영업자의 위태로운 현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으로부터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받은 대출잔액은 약 84조 원, 차주는 약 39만 명이다. 이 가운데 만기를 연장한 대출잔액이 78조6842억 원, 차주가 37만5075명으로 전체의 약 94%를 차지한다. 모두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 등에 제공된 금융지원이다.

문제는 근근이 위기를 버텨온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평균 0.26%로 전년보다 0.09%포인트나 올랐다.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한 차주에게 부과하는 지연배상금도 코로나 시기인 2021, 2022년 모두 4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은 애초 오는 9월 만료를 앞뒀으나 대규모 부실을 우려해 2025년까지 또 한 번 연장한 상태다. 하지만 상환 시기를 늦췄을 뿐 늘어난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잠재부실의 위험은 상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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