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우려’ 급경사지 지정했는데…사고는 다른 곳에서
[KBS 부산][앵커]
이번 집중호우로 부산에선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우려, 축대 무너짐 같은 사고가 속출했는데요,
정작 사고 지역 중 부산시가 급경사지로 지정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치로만 단순화해 위험관리를 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했습니다.
김옥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축대 일부분이 뻥 뚫렸습니다.
그 위로는 다세대주택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어젯밤 10시쯤, 5m 높이 축대 일부분이 무너져 주민 28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부산시가 급경사지로 지정해 위험관리를 하는 780여 곳에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일, 비탈면에서 바위와 흙이 무너져내린 부산 동구의 한 주택가.
무너져내린 곳이 직각에 가깝습니다.
보강 공사를 하는 작업자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곳 역시 관리 대상 급경사지가 아니었습니다.
[동구청 직원/음성변조 : "매년 전부 다 (급경사지로) 추가를 시킬 순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그래서 이제 자체적으로 순찰을 돌았던 거고…."]
급경사지가 되려면 옹벽과 축대와 같은 인공 비탈면 기준으로 지면으로부터 높이 5m 이상, 경사도 34도 이상, 길이도 20m가 넘어야 합니다.
즉, 이 기준에 맞지 않는 급경사지는 자치단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라는 겁니다.
이번 집중호우로 토사 유출, 옹벽 붕괴, 산사태 조짐 등의 신고가 있었던 6곳 모두 급경사지로 지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극한 호우'에 대비해 산사태 예방 대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상황입니다.
[부산시 직원/음성변조 : "기준에 안 맞는 부분도 있어요. 솔직히 이번에 보면 사고, 사건 나는 데도 예상하지 못한 데서 나지 않습니까? 예상하고 위험하다 생각하고 관리하는 데는 사고가 안 나고…."]
실제 2019년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도 경사도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급경사지로 등록하지 않았고, 부실하게 관리해오다, 4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희나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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