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긁히면 ‘스스로 복원’?…현대차·기아, 나노기술 공개

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 2023’

압력 감응형 소재가 적용된 시트를 통해 착좌 자세를 분석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자동차∙기아가 차 긁힘을 자가 치료하는 ‘셀프힐링’ 기술 등 첨단 나노 소재 기술을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부 기술은 소비자가 쓸 수 있도록 양산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연 ‘나노 테크데이 2023’에서 나노 신기술 6가지를 공개했다. 나노기술은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차량 외관이나 부품의 손상 부위를 스스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기술이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기존에도 셀프 힐링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있으나, 코팅 내부 캡슐이나 혈관형 방식으로 촉진제를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면 반복적인 사용이 어려웠다. 또 별도의 가열장치가 필요해 한정된 부위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현대차·기아의 기술은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 상온에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해당 기술을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로 접합된 소재를 당기고 있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손상된 부품의 표면이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해 점차 회복되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아울러, 부품 마모를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도 선보였다. 부품 표면에 나노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도포하면, 마찰이 발생할 때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낮은 비용으로 높은 윤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고체 윤활제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 적용 가능하다”며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어의 회전량 손실을 줄여 전비(전기차의 연비)가 개선되고 부품 수명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적용돼 양산을 목표로 제품 개발 중이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한 시편(왼쪽)과 적용하지 않은 시편(오른쪽)의 마모도 차이 비교. 현대차·기아 제공

그밖에 현대차·기아는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이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높은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기술 등을 선보였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적용된 모형과 일반 열차단 필름이 적용된 모형의 온도 비교. 현대차·기아 제공

압력 감응형 소재가 적용된 폼을 누르자 열이 발생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는 1970년대부터 소재 연구를 시작해, 1990년대 후반 첨단 소재를 연구하는 조직인 기초소재연구센터를 꾸렸다. 현대차·기아는 “소재야말로 세상 모든 모빌리티의 출발점”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나노기술과 같은 소재 단계의 기술력이 완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했다. 소재 단계의 특성을 이해하면 부품이나 완제품이 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다른 기술과 결합했을 때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승현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상무)는 “공개된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